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에 따르면 ‘강남스타일’이 수록된 싸이 정규 6집 앨범 ‘싸이 육갑 파트 1’은 고작 2만 7000장(9월 3일 기준, 이하 동일)이 판매됐다. 타이틀곡 ‘강남스타일’ 외에도 수록곡 ‘청개구리’, ‘뜨거운 안녕’, ‘어땠을까’ 등이 음원 차트에서 사랑받았지만 음반 판매량은 기대이하다.
싸이의 음반 판매만 저조한 것은 아니다. 원조 한류 스타 보아가 2년 만에 내놓은 정규 7집 앨범 ‘온리 원’의 판매량도 처참하다. 오랜만에 한국 무대로 컴백해 화제를 모으고 SBS ‘K-POP스타’심사위원으로 높은 관심을 끌었지만 한정판과 일반판을 모두 합쳐 1만 9000여 장을 판매하는 데 그쳤다. 보아의 명성과 화제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나혼자’를 히트시킨 걸그룹 음원 강자 씨스타의 첫 번째 미니앨범 ‘어론(ALONE)’의 판매량도 1만 장에 미치지 못했고 김태원의 높은 인기로 유명세가 높은 그룹부활의 경우, 정규 13집 앨범 ‘퍼플 웨이브(PURPLE WAVE)’판매량은 2200장에 불과했다.
왜 이처럼 가수나 음악에 대한 화제나 관심이 폭발하는데도 음반판매로 연결되지 않을까.
음악 소비 형태가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음원 소비로 바뀌면서 음반은 팬들의 전유물로 전락했다. 대중은 유행에 맞춰 손쉽고 빠르게 음원을 들어보고 질리면 곧 삭제한다. 가수는 대중에게 잊혀지지 않기 위해 싱글 또는 미니앨범의 형태로 끊임없이 새로운 음원을 생산하고 있다. 이는 더 빨리 음악이 소비되는 악순환을 낳았다. 특히 타이틀곡이나 히트곡만 다운받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다양한 곡을 담은 음반은 소비될 기회도 얻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또한 유튜브의 활성화도 아이러니하게 음반 소비를 저하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강남스타일’ 열풍에서도 볼 수 있듯이 유튜브는 가수가 음악을 홍보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됐지만 모든 콘텐츠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의 창작물 구매 의욕을 떨어뜨렸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브 등 음악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창구가 많아지면서 음반 소비가 더욱 감소했다”고 진단하면서 이를 ‘유튜브의 역설’이라고 평가했다. 유튜브가 마케팅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창작의 결실인 음반 판매량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얼굴없는 가수 신드롬을 일으켰던 조성모는 1999년과 2000년 단일 앨범 200만장 돌파 기록을 세웠다. 불과 10여년이 흘렀지만 이제 화제성이나 대중의 관심도가 음반 판매량으로 직결되는 시대는 다시 돌아오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