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권의 총리 문책 결의로 국회가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그 불똥이 일본은행으로 튀었다.
일본은행은 4일(현지시간)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일일 규모로는 최대인 1조9000억엔(약 27조5000억원)을 시중 은행에 풀기로 했다고 산케이신문이 2일 보도했다.
총리 문책결의안이 가결돼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총리는 사임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야권의 반발로 정기국회가 공전하면서 각종 법안 심의와 처리가 중단돼 노다 요시히코 총리의 국정 운영이 어려워졌다.
노다 총리는 올해 예산 확보에 필수적인 특별공채발행법안과 선거제도 개혁법안을 처리하는 등 현안을 정리한 뒤 총선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야권은 이에 협조하지 않을 방침이다.
문제는 특별공채발행법안이다.
특별공채발행법안은 국채를 발행해 2012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예산의 일반회계 수입 중 40% 이상인 약 38조엔을 조달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이 8일까지인 정기국회 회기 내에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 10월 하순부터 예산이 고갈돼 재정 운용이 막힌다.
이는 벌써부터 정부의 예산 집행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운영 경비로 쓰이는 지방교부세 교부금 지급을 정부가 보류한 것이다.
원래는 3일 4조1000억엔이 지급될 예정이었으나 재정이 모자라 정부가 9월분 배정을 보류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교부세는 총 16조4000억엔이 연간 네 차례에 걸쳐 배분, 지방자치단체의 현지 은행 계좌로 입금된다.
지방은행은 보유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 대출 등의 자금 계획을 세운다.
정부가 입금을 늦게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억엔 단위의 계획이 틀어진다.
일본은행이 총대를 멘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정부의 교부세 지급 보류로 인한 금융시스템의 혼란을 막기 위해 긴급 공개시장조작을 결정했다.
이번 공개시장조작은 지난 2010년 10월 마련한 자산매입기금을 재원으로 이뤄진다.
일반적으로 추가 완화라 하면 1회 대출이 수천억엔에 그치지만 이번에는 1개월물과 4개월물을 합해 총 1조8736억엔의 자금이 시장에 풀린다.
일본은행은 이번 조치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10월까지 특별공채발행법안이 통과하지 않으면 예산 집행 억제 차원에서 교부세 뿐만 아니라 향후 대학 보조금 규모를 줄이고 정당 지원금 교부도 연기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