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자리에 오른 한국 기업들에 대한 국제적인 견제가 심화하고 있다.
20일 미국 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삼성SDI와 LG화학의 2차전지 가격담합 의혹과 관련해 조사하고 있다.
법무부 반독점국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미국에서 판매 중인 소형 2차전지에 대해 업체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조사를 벌였으며 올가을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가격담합이 확인되면 법무부는 담합에 따른 부당이익이나 소비자 손실액의 최대 두 배를 벌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일본 파나소닉과 소니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조사에는 한국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SDI는 2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고 LG화학은 3위에 올라 있다.
양사의 지난 1분기 세계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43.4%에 이른다.
미국의 2차전지 업체인 에너1(Ener1)은 한국 기업들의 약진에 고전하다 결국 지난 1월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미국 법무부가 조사에 들어간 시점이 에너1이 경영난을 겪기 시작한 지난해여서 한국기업 견제 의도라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중국 완샹그룹은 이달 초 자금난에 허덕이던 미국 2차전지업체 A123시스템을 인수하기도 했다.
2차전지는 충전해서 여러 번 쓸 수 있는 리튬이온전지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 널리 쓰인다.
지난해 글로벌 2차전지 시장 규모는 140억달러(약 16조원)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기기는 물론 전기차의 보급 확대 등으로 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에는 지난해의 네 배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현대·기아차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을 수출 우선 감시 대상국으로 지정하기 위해 움직이고,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25억달러 규모의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는 한국기업 견제의 또 다른 사례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