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철우 금융부 기자 "'금융은 자기원칙' 무너뜨린 금융당국"

입력 2012-08-06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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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여름밤의 공포영화처럼 ‘깡통아파트발(發) 담보가치인정비율(LTV)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최근 주요 일간지 1면을 장식하고 있는 LTV 공포란 집값(담보가치)의 일정비율 안에서 대출받아 집을 샀는데 집값 하락으로 LTV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한도 초과분만큼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몰리는 것을 말한다. 한국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론까지 거론되며 LTV가 가계부채 폭발 뇌관으로 지목됐다.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 챈 금융감독원이 은행들에 긴급히 만기가 돌아온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담보가치(집값)가 하락한 대출을 무리하게 회수하지 말도록 주문했지만, 허공을 향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급기야 미시적인 대응책 하나로 LTV 초과분을 장기간 나눠 갚도록 하거나 신용대출로 바꿔서 ‘하우스푸어’의 상환 부담을 덜어주도록 유도할 방침이지만 ‘빚내서 빚 갚아라’라는 땜질 정책이란 지적이다.

집값 폭락을 제어할 수 없을 땐 지금의 당국 의도가 오히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결국, 빚을 갚지 못하는 대출자에게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주고 나서 담보물을 빼앗는 ‘은행권 배 불리기’ 시나리오(?)가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는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떻게 해서든 가계부채를 잡겠다는 당국 의지는 충분히 읽히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곪아가는 상처에 당장 밴드만 처방하는 원칙 없는 정책이 문제다. 집값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채무상환 기간을 연장 시켜주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지금 당장 사태가 악화할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해 조금씩이라도 원금을 갚아나가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할 시점이다.

‘금융은 자기책임’. 신뢰를 기본으로 한 금융권에서 통용되는 원칙이다. 금융당국이 개입할수록 LTV 원칙 역시 계속 무너진다. 그러나 피해는 금융당국이 보는 것이 아니다. 은행이 보유한 대출 총량은 변하지 않으면서 고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원금을 갚을 수 있는 금융환경을 조성하는 게 현명한 정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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