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수 있는 건 다 팔아라"…기업들 위기대응 체질개선 중

입력 2012-07-23 11:35 수정 2012-07-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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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경영위기, 이렇게 극복한다]①영토확장 않고 핵심역량 강화 주력

▲웅진그룹은 태양광 사업으로 핵심역량을 이동키 위해 그룹의 모태인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았다. 사진은 웅진에너지의 수평형고정시스템.
세계경제의 저성장기조가 기업의 실적 악화로 전이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위기경영을 선언하며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시나리오 경영 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한 삼성그룹을 비롯해 현대차·SK·LG·GS 등 주요 그룹들이 한결같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선제적이고 보수적인 운용을 채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내수침체의 장기화 등 경영여건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주요 그룹들의 비상경영체제는 아직 단기적인 처방에 머물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4년 만에 시나리오 경영을 선언한 삼성전자도 급박한 상황 변화에 맞춘 신속하고 유연한 대응전략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지난 4일 이인용 부사장은 브리핑을 통해 “유럽에서 환율이 요동치니까 그에 맞는 시나리오 경영을 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발 재정위기의 심화로 지속되고 있는 세계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유럽발 위기를 계기로 기업들은 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며 극한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성을 키우기 방향으로 경영위기를 극복해 가고 있다. 향후 다시 도래할 경영위기까지 대비한 리모델링이다. 일회성 위기극복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장이 가능한 핵심역량 위주의 사업재편과 핵심역량마저 바꿔버리는 근본 체질의 변화가 그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직면한 위기는 역으로 기회일 수도 있다”면서 “위기극복 과정에서 기업의 체질을 바꾼다면 되풀이 되는 대내외 위기에도 기업은 지속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위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역공전략’이다.

실제 두산그룹은 외환위기를 전후로 체질을 바꿔 성장하고 있는 대표적인 성공기업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맥주, 소주 등이이 주축인 소비재 기업이었으나 1995년부터 본격적인 리모델링작업을 통해 중공업 위주의 사업 구조로 탈바꿈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말처럼 OB맥주라는 브랜드와 맥주공장과 같은 실체를 지키려고 했다면 오늘날 두산그룹은 없었을 것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단기성과에 연연한 기업문화라면 가능하지 않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멀리 내다보는 뚜렷한 전략과 목표, 잠재적 리스크 관리 능력, 단기 수익경영 CEO에 대한 모니터링과 내부 견제시스템 등이 갖춰져야만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그룹을 이끌던 핵심역량의 교체로 지속성장을 꾀하는 경영위기 극복 전략은 유럽발 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 들어서만도 태양광 사업으로 핵심을 옮겨가려는 웅진그룹이 그룹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은 것을 비롯해 부동산 경기침체로 주력인 시멘트 업종이 부진한 동양그룹은 부채와 차입비용 문제해결을 위해 성장의 한 축인 핵심 계열사 동양생명 매각을 시도하고 있다.

조선·해운업의 장기불황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STX그룹은 해양 특수선 회사 STX OSV와 핵심 비상장 계열사인 STX중공업과 STX에너지 지분 등을 내놓았고, 본업인 레미콘 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유진그룹은 그룹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하이마트를 롯데쇼핑에 매각했다.

한화그룹도 다양한 각도에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수립하며 일부 주력계열사 매각이 포함된 시나리오를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웅진그룹과 동양그룹의 경우 핵심역량을 각각 태양광과 화력발전소 중심의 에너지기업으로 핵심역량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STX그룹과 유진그룹은 핵심역량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이를 학습효과로 분석했다. 금융 부문의 유동성 위기 성격이 강했던 외환위기와 실물(부동산) 부문의 부실이 금융 부문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져 실물과 금융의 복합적 위기를 초래했던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은 기업들이 세계경제 구도와 산업구조 전반의 재편을 예상하고 새로운 투자와 도약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현주 연구위원은 “비용효율화와 사업과 인력의 구조조정 위주로 진행됐던 과거의 경영위기 극복과정과 달리 지금은 효율화와 위기 이후 미래 성장 기회의 모색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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