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 창 잘나가던 지난해 소속사 분쟁에 휘말린 뒤 그는 잠시 휘청했다. 영화 속 모습과 달리 현실 속 송새벽은 깨지기 쉬운 유리잔 같은 성격의 소유자다. 너무 힘들어 세상과 담을 쌓고 지냈단다. 그렇게 힘들었던 시기에 시나리오 한 편이 그를 사로잡았다. 제목이 ‘아부의 왕’이다. 한창 주목 받은 당시 이 영화를 통해 ‘아부’의 비법까지 터특했다면 어땠을까. 송새벽은 “뭐 그냥 계속 배우 했겠죠. 으허허허헝”이라며 특유의 어눌한 코웃음 소리로 대답을 대신한다. 이 배우 참 순박하다.
영화 개봉 전 기자와 만난 송새벽은 여전히 낯가림이 심했다. 아직도 남들 앞에 서는 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 중 하나란다. 대한민국 영화계 최고 핫스타 중 하나인 그가 대체 이 무슨 말인가.
너무 내성적인 성격 탓에 영화 데뷔 전 연극 무대 활동 당시에도 고생이 심했단다. 영화로 넘어온 지금도 적응 안 되기는 마찬가지. 그는 성격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그는 “고교 시절 1년 동안 내가 같은 반인 걸 모르는 친구도 있었다”면서 “그 정도로 있는 듯 없는 듯하던 내가 배우를 하니깐 다들 믿지 않더라. 한 번은 고교 동창이 ‘영화를 봤는데 너랑 비슷한 사람이 나오던데 진짜 닮았더라. 한 번 봐라’며 전화를 해왔다. 그게 나인데”라며 쑥스러워했다.
송새벽은 “(소속사 분쟁 전부터) ‘아부의 왕’ 출연 제의는 있었다. 여러 제반 사항이 갑자기 터지면서 제작이 늦춰지고 그러다 내가 문제가 생기고…”라며 “내게는 참 고마운 영화다. 아마도 기억이 오래 남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에게 고마운 ‘아부의 왕’으로 화제를 넘겼다. ‘웃긴 배우의 양대 산맥’ 송새벽과 성동일이 전면에 나섰다. 배우 캐스팅만 보자면 관객들에게 대놓고 ‘웃겨 주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하지만 송새벽은 단순하게 웃기기만 한 영화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극중 내가 맡은 동식이란 인물은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다”면서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가 ‘아부의 왕’으로 변하게 되는 데 그 과정이 웃을 수 만은 없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사연을 바탕으로 한다. 아마 크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송새벽에게 ‘아부의 왕’의 미덕을 물었다. 진지한 표정을 보니 분명 영화팬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무언가를 ‘아부의 왕’은 갖고 있는 듯했다.
대한민국 웃긴 배우의 대명사 송새벽이 진지하다. 아마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닐텐데. 이런 우려를 말하자 송새벽은 “물론 코미디도 있다. 애드리브의 황제 성동일 선배가 나오지 않나”라며 걱정 없다는 듯 또 다시 특유의 코웃음 소리를 냈다.
인터뷰가 끝날 때 쯤 궁금해졌다. 배우 송새벽, 의외로 상당히 진지한 면이 너무 강했다. 왜 송새벽은 웃긴 배우가 됐을까. 아니 웃긴 배우로 기억되고 있을까.
송새벽 정말 웃긴 배우다. 그리고 정말 진지한 배우다. 웃기고 진지한 배우 송새벽이 추천하는 ‘아부의 비법’. 영화 ‘아부의 왕’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 비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