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누구를 위한 진보의 통합이었나?

입력 2012-05-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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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보근 게이오대학교 법학부 방문연구원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에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막말과 폭력’은 19대 총선을 거치면서 국민들의 커다란 심판을 받았던 정치항목이다. 그런데 ‘반민주적 제도의 폐지’를 강령으로 삼고 있는 진보정당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 부정선거’가 벌어졌다. 특히 ‘막말과 폭력’으로 계파의 이익을 지키려는 모습이 충격적이다.

이외수 작가는 트위터를 통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셔도 모자랄 판국에 아직도 국민의 존재를 망각하고 싸움박질이나 하고 계시는 분들이시여. 당신들은 부끄러움을 몰라도 국민들은 부끄러움을 압니다”고 했다. 강풀 만화가는 “늦은 귀가 후 통진당 중앙위 사태를 하나하나 검색해보고 참담한 마음뿐이다”고 했다고 한다.

여기서 통진당이 누구를 위해 통합한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

지난해 12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가 각각 55%, 30%, 15%의 지분으로 참여해 각각의 세력을 대표하던 이정희·유시민·심상정 3인의 공동대표 체제로 창당된 게 통진당이다. 창당과정을 보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공학적으로 합당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다 보니 하부 당원들 간의 화학적 결합이 원천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다. ‘종북주의’ 논란으로 분당됐던 민노당과 진보신당, ‘노동정당’으로 시작된 민노당, 진보신당과 ‘대중 자유주의정당’으로 시작된 국민참여당은 짧은 시간에 공유가 가능한 이념적 가치를 만들기에는 부적절한 조합이었다. 이들은 단지 공통된 목표인 ‘원내의석 확대’라는 목적의식만으로 결합된 ‘다국적(?) 정당’ 이었다. 결국 ‘타 정파의 이해 부족’과 ‘권력지향’이 이번 부정선거와 폭력사태를 불러온 셈이다.

통진당은 지금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들의 동기는 순수해 보이지 않았지만 19대 총선에서 유권자 10명중 1명이 통진당을 지지했다. 원내정당은 되지 못했지만 진보개혁세력의 선봉에 서는 당당한 제3정당이 됐다. 정당지지 10.3%는 자신들의 노력 덕분이라기보다는 이명박(MB)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경고하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으로 만들어졌다. 통진당은 국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빠른 시일 내에 이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처럼 자신들의 이익 찾기에만 몰두한다면 향후 진보진영 전체가 유권자들의 철저한 외면에 부닥칠 수 있다.

빠른 정상화를 위해 통진당은 부정선거와 폭력사태를 자성하고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 서로 다른 세력들 간의 연합은 필연적으로 대립과 갈등을 가져 온다. 그러나 대립과 갈등을 ‘폭력’으로 풀어서는 안된다. 민주주의는 문제를 대화와 설득으로 해소한다는 점에서 권위주의 정치와 명백하게 구분된다. 진보진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권위주의 해체를 요구했던 사람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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