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상징이었던 구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는 러시아 시대로 접어들면서 연방보안국(FSB)과 해외정보국(SVR)으로 분리됐다.
그러나 분리 이후에도 FSB와 SVR은 세계에서 손 꼽히는 정보기관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FSB는 국내 치안과 방첩을 담당한 KGB 2국의 후신으로 미국의 연방수사국(FBI)과 비슷한 역할을 맡고 있다.
국내 첩보활동의 전권을 담당하고 있고 안보와 방첩활동은 물론 러시아에 진출한 각종 기업들의 정보를 수집하는 등 산업 스파이 역할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FSB는 국내 정치분야에 대한 사찰권도 갖고 있어 과거 KGB 시절 못지 않은 권한을 휘두르고 있다는 평가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KGB 스파이 출신으로 1999년 총리 대행에 임명되기 전까지 2년간 FSB 국장을 역임했다.
FSB는 대테러작전으로 명성이 높다. FSB 산하 최정예 대테러 특수부대인 알파부대는 대형 테러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모습을 나타낸다.
지난 1995년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현대전자 직원 27명 인질사건과 2002년 극장 인질극 해결에도 알파부대가 활약했다.
SVR은 과거 KGB 1국이 맡은 해외정보 수집을 담당하고 있다.
SVR은 미인계를 통한 정보수집, 배신한 정보요원에 대한 독살 등 영화 같은 첩보전으로 악명을 떨쳤다.
미국에서 지난 2010년 체포된 미모의 스파이 안나 채프먼은 SVR에서 고강도 비밀 훈련을 받은 뒤 부동산 사업가로 위장해 사교계의 거물로 활동하면서 고급 정보를 빼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녀의 페이스북 친구 중에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측해 유명해진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영국 런던에서 2006년 KGB 요원이었던 알렉산더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의 배후에도 SVR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