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뮤지컬 ‘닥터지바고’

입력 2012-03-30 08:2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100회 공연 10만관객 돌파 ‘조승우의 힘’

미완작이라는 혹평에서 100회공연, 10만관객 돌파까지 그야말로 격동의 역사를 겪어낸 뮤지컬 ‘닥터지바고’. 동명 소설과 영화로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진 ‘닥터지바고’는 지난 1월 개막이후 객석으로부터 전례없는 ‘헛웃음’을 이끌어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바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닥터지바고’를 기사회생시킨 영웅이 있으니 바로 배우 조승우다.

조승우의 합류 이후 전석 기립 박수 등 놀라운 반전을 맞이한 ‘닥터지바고’는 소문대로 배우에 의한, 배우를 위한, 배우의 무대였다. 출연진이 웅장한 합창에 이어 ‘유리지바고’ 역의 조승우가 등장하자 객석 곳곳에서는 숨죽인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 같은 탄성은 커튼콜까지 변함없이 이어졌다.

◇ 애절한 감성, 전석 기립 신화

이미 뮤지컬계에서 티켓파워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조승우는 이름값을 하는 배우로도 유명하다. 앞서 1월 개막 이후 ‘닥터지바고’에 쏟아졌던 혹평을 일순간에 잠식시킨 조승우의 ‘지바고’는 그 특유의 무게감 있는 연기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여기에 유리지바고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인 라라 역으로 분한 전미도(더블캐스팅 김지우)의 호연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다.

포장을 벗겨내면 결국 불륜에 불과한 이들의 사랑이지만, 두 배우의 애절한 연인 호흡은 도덕적인 잣대를 멀찌감치 밀어내기 충분했다. 조승우는 라라와의 일순간 사랑에 빠지는 첫만남부터 다른 남자의 여인이 된 라라와의 재회, 라라에 대한 감정을 알아챈 이후 자신의 가족과 라라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 등 쉽지 않은 감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인터미션포함 3시간에 달하는 공연 내내 객석은 조승우의 움직임만을 좇았다.

라라 역의 전미도는 조승우의 고군분투가 튀지 않도록 제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유리지바고의 마음을 밀어낼 때나, 그의 사랑을 갈구할 때나 라라는 변함없이 사랑스러운 여인이었다. 특히 지바고의 아내 토냐(최현주 분)와의 대면에서 두 여배우의 하모니는 잠시 무대 밖으로 물러난 조승우의 빈자리를 잊게 할 만큼 풍부한 감성이 담겨 객석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 회색조 스토리, 만만치 않아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상당했다. 개막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대작의 명성에 흠집을 낼만한 씁쓸한 요소들이 곳곳에 눈에 띄어 객석의 한숨을 이끌어냈다. 조승우의 합류 전 혹평의 주요인이었던 1막의 지루한 전개는 배우의 호연도, 명장 루시 사이먼의 아름다운 선율로도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반면 2막의 전개 속도는 장면과 장면사이 거리가 느껴질 정도로 가속도가 붙어 버거운 감을 지워내기 어렵다. 물론 속도감에 힙입은 몰입도의 상승 효과는 거뒀다.

1막의 부담은 러시아 혁명, 1차 세계대전 등 굵직한 역사적 배경 위에 올린 스토리이니만큼 관객의 이해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매체의 특성상 원작 소설처럼 이해를 돕고 관객에게 숨쉴 틈을 주기가 쉽지 않았을 터. 원작을 접하지 않은 상황에서 뮤지컬 ‘닥터 지바고’의 로맨스만을 기대하고 온 국내 관객은 본격 로맨스에 앞서 펼쳐지는 시대적 배경 설명만 가득한 1막을 견뎌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색조 스토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장면 중간중간 활용되는 커튼의 흑백 영상은 특별히 점수를 더하기 어렵지만 뮤지컬 전용 극장의 장점을 살린 무대 활용만큼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 45도로 꺾여 내려오는 천정 등 여타 극장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다양한 무대 연출은 신선함과 놀라움을 동시에 안겨 전쟁신 내내 늘어졌던 관객의 허리를 다시 곧추세우게 할 법 하다.

러시아 혁명의 격변기 속에서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유리 지바고와 그의 뮤즈 라라의 운명 같은 사랑을 다룬 뮤지컬 ‘닥터지바고’는 오는6월 3일까지 서울 잠실동 샤롯데시어터에서 공연된다. 7만~13만원. 1588-5212.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이란 보복 공언에 미국 항모전단 급파…이란 대탈출 시작
  • 투자만큼 마케팅 효과도 '톡톡'…'파리올림픽' 특수 누리는 기업은? [이슈크래커]
  • 배드민턴 안세영, '금빛 셔틀콕' 날릴까…오늘(5일) 28년 만의 대관식 [파리올림픽]
  • [뉴욕인사이트] 경기침체와 확전 공포에 짓눌린 투심...변동성 이어가나
  • [미국 인도계 파워] 작지만 강하다…‘1.5%’ 인도계, 미국 경제·정치 주도 ‘파워트레인’ 부상
  • 지각 출발에도 해리스, 트럼프와 대선 지지율 초접전…여성ㆍ흑인 더 결집
  • “유급 없다”는데도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수업 출석률 2.7% 불과
  • 기술주 흔들려도…외국인 ‘삼성 러브콜’ 건재
  • 오늘의 상승종목

  • 08.05 10:15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78,499,000
    • -8.23%
    • 이더리움
    • 3,493,000
    • -14.8%
    • 비트코인 캐시
    • 446,400
    • -13.07%
    • 리플
    • 691
    • -11.64%
    • 솔라나
    • 186,900
    • -7.7%
    • 에이다
    • 453
    • -11.35%
    • 이오스
    • 627
    • -10.68%
    • 트론
    • 180
    • +1.69%
    • 스텔라루멘
    • 118
    • -9.92%
    • 비트코인에스브이
    • 51,900
    • -13.57%
    • 체인링크
    • 14,020
    • -14.72%
    • 샌드박스
    • 338
    • -12.44%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