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곤의 企와 經]그들이 보고 간 것은…

입력 2012-03-29 09:57 수정 2012-03-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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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곤 산업부 팀장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각국 정상들의 대기업 방문이 러시를 이루었다. 한국의 첨단산업과 기술 노하우를 보고 배우는 한편 자국 투자 유치와 협력 확대가 주요 목적이었다.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의 수원 삼성디지털시티 방문을 시작으로 닉 클레그 영국 부총리가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를 방문했고 팔 슈미트 헝가리 대통령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았다. 이탈리아 총리 부인인 엘자 안토니올리 몬티 여사는 딜라이트를 거쳐 서초사옥 C동 40층의 미래전략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경기도 이천의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 공장을 다녀갔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류융칭 여사는 SK텔레콤의 체험형 정보통신 전시관인 티움(T.um)을 찾아 각종 정보통신기술을 체험하기도 했다.

관련 기업들은 개척정신과 기술리더십을 보여주었다며 홍보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각국 정상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최첨단 공장과 최첨단 제품 등 외형적 결과물에 불과했다.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가 삼성전자 신제품을 보며 연신 ‘어메이징’을 외치고 선물받은 갤럭시노트의 온오프시 나타나는 뉴질랜드 국장(문양)을 보며 감탄했다는 것은 대표적이다.

물론 우수한 제품은 기업의 기술력을 대표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한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결과물들과는 달리 우리 기업들은 결코 자랑할 수 없는 부끄러운 모습이 또 있다. 바로 투명성과 도덕성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글로벌 스탠더드 기업이 지향하는 당당한 위상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첨단 기술로 포장된 우리 기업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우리 기업들을 위협하는 수많은 요소 가운데 오너 리스크는 최근 들어 단연 두드러진다. 기업의 투명성과 도덕성도 대부분 오너들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현재 재판을 받고 있거나 소송에 휘말린 오너들만 해도 7명에 달한다. 이들 오너의 비리가 개인 차원이라 하더라도 해당 기업의 투명성과 도덕성에는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사업장을 찾은 각국 정상들이 형제 간 재산싸움과 수백억원의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너들의 이야기를 듣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 조사를 실력저지한 회사라는 비난을 접하고도 제품을 보며 외쳤던 ‘어메이징’과 ‘원더풀’을 다시 쏟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글로벌 초일류 기업은 시장 점유율 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경영의 투명성과 기업인의 도덕성은 뒷전이고 우수한 제품만을 앞세우는 기업은 이익을 낼 수는 있겠지만, 존경은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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