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양극화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협력배분제와 관련해 시장과 정부, 정치권에 쓴 소리를 했다. 경제 민주화를 실천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을 표명했다.
정운찬 동반위 위원장은 29일 서울 반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제14차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 전 모두 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위원회를 다시 보게 돼 반갑다는 말로 운을 뗀 정 위원장은 “최근 선관위에 제출한 정당별 안건을 심의의결한 결과 협력배분제에 대해 야 3당과 여당도 조건부 찬성을 표명했다”며 “그러나 경제 민주화를 실천할 의지가 있나 의문도 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지만 중소기업은 생존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또 대기업은 돈이 있어도 투자할 곳이 없지만 중소기업은 투자할 곳이 있어도 돈이 없다”며 “대중소 양극화와 투자부진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에 작년 이익공유제를 제안했다”며 “대기업의 초과이익 중 일부를 중소협력 업체에 자연스레 흘러가게 유도하면 일자리 창출과 연구개발, 고용안정을 이루고 결과적으로 한국경제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위원장은 “그것을 이루는데만 1년여의 시간이 걸렸으며 온갖 수모와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동반성장을 흉내만 내고 있고 관료는 성과 없는 제도만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결국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은 대통령과 정부의 실현하고자 하는 진정성 의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양극화는 시장 실패에 속하고 시장 실패 뒤에는 정부의 실패가 있으며, 정부의 실패 뒤에는 정치의 실패가 있다”면서 “4월 동반성장지수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이는 잘하는 대기업을 격려하고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것이지 일각의 우려와 같은 대기업 때리기나 줄세우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새로운 업종의 적합업종 준비도 전했다. 정 위원장은 “작년 한해 81개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해 15조원 시장의 상당 부분을 중소기업에 돌려줬다”며 “여기에 전체 산업의 6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유통서비스 산업의 적합업종을 준비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유통서비스 산업이 지속적인 성장산업이며 서민의 실생활에 직결돼 있다”며 “대기업은 산업발전에 걸맞는 수준으로 선도하고 중소기업은 생활밀착형 산업을 개발해 전체 산업 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 위원장의 이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강도 높은 질타는 동반위 위원장직 사퇴와 본격 정치 행보를 앞둔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날 일부 언론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지난 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위원장직 사퇴의 뜻을 전했고 대통령도 양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은 그간 여러 차례 대권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2010년 12월 초대 동반성장위원장에 취임한 정 위원장의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