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알렉스 M. Lee ‘Temporalities’전

입력 2012-03-2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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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흐른다.

현재가 과거가 되고, 미래가 현재가 되고, 그 현재는 다시 과거가 된다. 이렇듯 영원히 움직이는 이미지로써 시간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작가가 겪었던 사진 작업에 대한 경험들은 시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혹은 존재하는 것인가? 에 대한 물음을 갖게 한다.

사진이란 매체가 가지는 시간의 불연속성과 그에 따른 서사성의 부재에 대해 한계를 느낀 작가는 컴퓨터를 활용한 디지털 프린트와 3D 애니메이션을 통해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작가의 주된 관심은 빛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객관적 혹은 주관적으로 해석되는 시간의 개념들을 디지털로 이미지화시키는 것에 있으며 이를 통해 기존의 예술이 잃어버렸던 시간을 되찾고자 한다.

디지털의 등장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는 예술을 물질성에서 벗어나 0과 1이라는 숫자의 정보로 환원되게 한다. 이러한 비 물질성은 사진의 영역에도 영향을 미친다. 아날로그 사진이 가지고 있던 ‘지표 (Index)’ 즉, 대상을 담기 위해 빛과 화학작용이 만들어 낸 흔적의 개념은 상실의 위기를 맞이한다. 지금까지의 사진이 보여준 재현은 재현된 대상과의 분명한 관계를 보여주었지만 컴퓨터의 활용은 재현을 대상에서 해방시킨다. 역사 속에서 분리되었던 과학과 예술, 가상과 실재의 경계는 이제 무의미하며 작가는 컴퓨터를 통해 대상을 재해석하여 표현함으로써 관람객은 현실이 아닌 가상현실 안에서 새로운 감각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일관된 관심은 시간이라는 요소에 있다.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시간은 시계 속 시간과 같이 움직임으로 인식된다. 시간은 곧 운동이며 변화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올바른 방향은 우리가 시간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느냐? 에 대한 인식일 것이다. 근본적으로 시간은 물질적인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인식의 주체로서 본인이 경험한 시간이야말로 존재하는 시간의 실체인 것이다.

우리는 공간을 포함한 또 다른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모든 것을 경험하고 기억한다. 여기에 근거해 작가의 표현 대상은 작가가 머물렀던 공간에서 개인적으로 의미 있게 다가오는 어떤 것이든 폭넓게 수용된다. 시간과 공간은 분리할 수 없는 것으로 작가에게 공간은 여러 개의 켜 (Layer)가 연속적으로 중첩된 형태로 인식된다. 디지털이미지의 연속체인 3D 애니메이션을 통해 연출된 빛의 변화는 그림자와 함께 흑과 백의 점진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며 켜 (Layer)와 켜 (Layer) 사이의 간극을 이동함으로써 시간의 흐름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공간의 인과관계에서 오는 서사성과 함께 작가가 가진 풍부한 문학적 소양 또한 공간의 한 켜 (Layer)가 되어 작품 안에서 적절히 맞물리고 또 다른 인과관계를 낳는다.

작가는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된 생각이나 감정을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가상공간에서의 가변적인 현상으로 우리에게 제시한다. 철저한 통제 하에 이루어지는 빛의 움직임과 그에 의한 시간의 흐름은 문학적인, 역사적인, 공간적인 언어들과 어우러지며 다양하게 이미지화된다. 여기에 벽면에 투사되는 무한 반복되는 영상들이 가지는 시간의 영속성과 관람객이 전시장에서 작품으로써 접하게 되는 시간의 단일성이 교차된다는 점은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추가한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시간에 대한 인식의 틀 뿐만 아니라 예술의 재현이라는 체계를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글/김미향

◆작가 노트

나는 이미지를 둘러싼 과정이나 인식을 변형하는 작업에 흥미를 갖는다. 컴퓨터를 활용한 새로운 형식의 가능성은 사진의 재현에 있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디지털 프린트, 영상 설치, 또는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단순히 렌즈에 기초해 이미지를 다루는 통상적 방법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로써 내러티브 즉, 일련의 사건이 가지는 서사성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부분의 나의 작업은 사진이 가지고 있는 인덱스의 상실에서 해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된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빛과 현상들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컴퓨터를 활용하여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연출된다. 이러한 빛과 시간의 통제는 형식적인 표현을 좀 더 흥미롭게 해준다. 디지털 이미지 과정을 거쳐 재해석된 인공물은 현대 사상의 산물이면서 기존의 예술의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을 보여준다.

학부시절의 사진에 대한 경험들은 지금의 프로젝트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이미지를 다루는 시각적 언어의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히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대상을 분석하고 컴퓨터를 통해 재창조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이질감과 함께 놀라운 감정을 가지게 하는 것은 내가 작업을 하는 또 다른 동기라고 할 수 있다. 글/알렉스 엠. 리

◆작가 약력

▶학력

2009 시카고예술대학 사진학과 학사졸업(BA)

2005 시카고예술대학 아트앤 테크놀로지학과 석사졸업(MA)

▶전시경력

개인전

2012 Temporalities, 갤러리도스, 서울, 한국

2009 Manifold Structures, Waymaker Gallery, New Calodon, Yorktown, Epic Theater, February Gallery, Chicago, Illinois

◆Alex M. Lee ‘Temporalities’ 전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15-52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전시기간: 2012. 4. 6 ~ 4. 12 7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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