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들이 국제유가가 오름세를 지속하면 미국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을 제기해 주목된다. 미국 경기의 회복세가 꺾일 경우 국내 경기뿐 아니라 주가도 조정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는 당초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올해 1분기 3%, 2~4분기 2.5%로 내다봤으나 현재는 하강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필립 수틀 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올 중반까지 30달러 정도 더 오를 수 있다”며 “유가 급등이나 유로존 붕괴 등의 경우에는 미국의 성장률이 1~2%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최근 미국의 경기지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비농업부문 고용은 전달 대비 22만7000명 늘어났다. 3개월 연속 20만명 이상의 증가세다. 가계의 실업률은 1~2월 8.3%로 악화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미국의 가계 순자산은 전분기 대비 1조3000억달러 늘어 3분기 만에 증가세로 반전했다. 그러나 유가가 크게 오르면 이 같이 청신호 위주의 경기지표가 빨간불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마켓뉴스인터내셔널은 “유가 상승은 지정학적 요인 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유동성 증가와 리스크 선호 부활에도 있다”며 “과거 사례를 고려하면 유가급등이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인들의 휘발유 소비량은 연 1300억 갤론(약 4900리터) 달한다. 휘발유 가격이 1달러 상승할 때마다 소비자지출은 1.2%, 국내총생산(GDP)은 0.8%씩 각각 줄어들 것으로 마켓뉴스인터내셔널은 분석했다.
하워드 시몬 비앙코리서치 전략가는 “유가의 상승세 지속을 고려하면 미국의 주가는 상당한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가가 매우 높은 수준을 보였던 지난 2007년 9월~2008년 7월 유가와 에스엔피(S&P) 500지수는 역행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물론 유가 상승세가 조정을 받아 미국 경기에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로버트 멜먼 JP모건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은 북해와 수단의 석유 공급 차질, 유럽 최대 정유사 페트로플러스 파산 등 기타 공급제한 요인들의 영향도 받고 있다”며 “북반구의 계절적인 수요 감소로 2분기 이전에 조정을 받을 수 있다”라고 판단했다.
SGH 마르코 어드바이저스의 사산 가라마니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고용 소득 증가가 여전히 미진해 최근의 유가 상승이 임금인상→물가상승→임금인상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