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2인자 빛과그림자]오너의 그림자·오른팔…'넘버2' 그들은 누구인가?

입력 2012-03-12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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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심·리더십 갖춘 인재, 미래 내다보며 CEO 보필…재무 등 관장 영향력 막강

▲재벌그룹 2인자는 오너의 최고 관심사와 현안에 대한 해법 제시는 물론 오너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대신 짊어지는 역할도 불사한다. 현재 재계를 대표하는 2인자로 통하는 김순택(위 왼쪽부터) 삼성 부회장(미래전략실장), 김용환 현대차 부회장, 강유식 LG 부회장과 한때 삼성그룹의 1인지하 만인지상으로 통했던 이학수 전 부회장(아래 왼쪽부터)과 이정대 전 현대차 부회장.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의미있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정대 현대차 부회장을 현대모비스로 발령낸 것이다.

얼마후 이정대 부회장은 건강을 이유로 사퇴의사를 밝혔고, 재계에서는 현대차 참모그룹의 세력 판도가 바뀌었다고 판단했다. 지금 이 부회장은 출근을 않고 있어 사실상 사직처리된 상태다.

이정대 부회장은 지난 2006년 4월 정 회장의 비자금 사건 당시 2007년 2월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는 등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 가신이라는 점에서 인사 배경에 대해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 부회장을 ‘2인자’로 표현할 정도로 한때 정 회장의 신임이 두터웠다.

이에 대해 재무통인 이정대 부회장과 기획담당인 김용환 부회장과의 2인자 경쟁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 등 재무라인이 전격 교체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2인자라는 표현은 말도 안 된다”며 “현대차에는 전통적으로 2인자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당사자는 서운하겠지만 사실이다. 현대·기아차그룹에는 오직 1인자, 즉 회장만 있다. 1인자인 회장 다음 직책인 부회장이라고 해서 결코 2인자는 아니다. 그저 회장이 있고 임직원이 있을 뿐이다. 그 임직원 가운데 역할에 따라 주어진 직책 가운데 하나가 부회장이다.

현재 많은 조직에서는 직책 앞에 ‘부(副)’자를 붙임으로써 2인자라는 표현을 대신하고 있다. 조직내 서열을 의미하지만 그렇다고 역할과 위상까지 2인자는 아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답변이다. 물론 2인자들이 부회장 혹은 부사장 직책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2000년대 들어 떠오른 기업경영의 화두 가운데 하나가 ‘인재경영’이다. ‘천재 한 사람이 수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천재에 의해 조직의 명운이 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협의의 의미에서 ‘천재 한 사람’은 특출한 능력을 보유한 인재를 말하지만, 광의의 의미에서는 미래를 내다보며 CEO를 보필하는 참모로 해석된다. 즉 2인자를 일컫는다. 그만큼 2인자는 회장 못지않은 위상과 역할을 가진 직책이다.

역사적으로 2인자를 표현하는 단어는 다양하다.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 , 장자방(張子房), 가신(家臣), 오른팔, 그림자, 복심(腹心) 등 시대와 역할 , 그리고 위상에 따라 달리 불렸다.

이들은 복종하고, 지배한다는 특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스스로 권력을 가지지 못한 탓에 1인자가 가진 권력에 복종하는 한편 만인을 지배했다. 충성심과 리더십이 동시에 요구되는 셈이다.

우리 역사에서는 이 같은 2인자의 전형들은 수없이 등장한다. 태조를 보필하며 조선 건국의 기초를 다졌던 정도전, 세조의 등극을 꿈꾸며 계유정란을 설계했던 한명회, 노론의 끊임없는 살해 위협을 물리치고 정조의 개혁시대를 열었던 홍국영 등은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2인자들이다.

해방 이후에는 한국전쟁을 전후로 한 시기의 남로당 거두 박헌영과 1공화국과 3공화국 시절 각각 국무총리를 지낸 이기붕과 김종필 등이 대표적이다. 전두환 정권의 장세동, 노태우 정권의 박철언, 김영삼 정권의 김현철, 김대중 정권의 박지원 등도 현대 정치사의 대표적인 2인자들이다.

그러나 이들 정치권 2인자들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린다. 대부분 화려했던 2인자 시절과 달리 초라한 말년을 맞이해야 했다. 즉 누구는 역도로 몰려 죽임을 당했고, 누구는 1인자 흉내로 혹은 각종 부정비리로 강제퇴출되거나 영어(囹圄)의 몸이 되어야 했다.

오너 경영 체제가 이어져온 우리 재계의 현실에서도 2인자의 존재와 행보는 늘 화제다. 현대차 이정대 부회장의 사례에서 보듯 일단 2인자로 인식되면 가십거리를 넘어 경영체제의 변화로까지 다양한 해석이 쏟아진다. 오너를 대신한 인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그룹의 2인자는 오너의 최고 관심사와 현안에 대한 해법제시는 물론 오너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대신 짊어지는 역할도 불사한다. 한마디로 ‘왕의 남자’가 되는 것이다.

재계의 2인자는 창업 초기만 해도 형제간 우애에 기초로 둔 아우들이 대부분이었다. 기업을 창업한 형을 도와 사업의 기초를 다지며 성과 역시 자신보다 형의 공을 앞세웠다. 그러나 2인자였던 아우는 승계과정에서 퇴출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형제보다는 자식이 먼저였던 것이다.

2인자의 또 다른 한 축은 ‘가신’이다. 핏줄이 아니더라도 이들은 1인자에 대한 충성심으로 1인자에 버금가는 권력을 행사했다. 조직에 있어 인사권과 재무권은 1인자의 권력을 대표한다. 특히 기업조직에 있어 재무권은 기업의 흥망을 좌우한다. 또 1인자의 깊은 비밀까지도 공유해야 한다. 가신 출신 2인자 가운데 재무담당이 많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권 승계를 앞둔 후계자도 2인자로 인식된다. 부친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일정 정도 경영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들은 ‘아우’와 ‘가신’들과 달리 그 행보가 한층 조심스럽다. 요즘처럼 정보가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미디어 시대를 사는 이들 2세 2인자들은 대중의 시선에서 조금도 자유로울 수 없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야 함은 물론 사생활에서의 구설수도 조심스럽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권에서와 같은 무소불위의 2인자 권력은 지금 어느 기업에서도 가능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인사와 재무 등을 관장하는 2인자의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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