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3대 난제 풀 열쇠 품다

입력 2012-02-16 11:30 수정 2012-02-1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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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승부수' 하이닉스로 정면돌파 시동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15일 하이닉스 청주공장을 방문해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국내 모든 대기업집단 오너들은 신성장동력 발굴, 계열분리, 지배구조라는 3대 과제를 안고 있다. 과제 중 하나라도 풀지 못하면 리더십 부재라는 엄청난 난제가 닥친다. 올해는 SK그룹 차례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이 ‘하이닉스반도체’라는 초대형 카드를 들고 정면 승부수를 던지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 회장에게 하이닉스 카드는 3대 과제를 풀 수 있는 핵심 열쇠이기 때문이다.

◇최태원 회장의 3대 과제=SK그룹은 60~70년대 폴리에스터(선경합섬), 80년대 정유, 90년대 정보통신 사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하며 사세를 키웠다. 성장 과정에는 기업인수합병이 있다. 대한석유공사와 한국이동통신 인수가 대표적이다.

또 그룹의 오늘은 공기업 인수에 따른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그룹의 사업구조는 10년전과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그룹의 전체매출(금융 제외)에서 정유와 이동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0년말 기준 50.4%다. 이는 지난 2001년과 크게 다르지 않는다.

2000년대 이후 정유와 이동통신 이외에 뚜렷한 글로벌 신성장동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에는 신수종 사업으로 떠오른 헬스케어 사업에서는 삼성그룹과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 인수전을 벌였지만 패했다. 이에 대해 재계일각에서는 SK그룹에 대해 잘나가는 내수형 공기업을 들이켜 독과점 형태의 사업을 해왔다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이와 함께 SKC 최신원 회장과의 계열분리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룹 계열사들의 경영권은 최태원·재원 형제 영역과 SKC·SK가스 등을 묶은 최신원·창원 형제 영역으로 나뉜다. 지분 등 지배권만 해결된다면 언제든지 계열분리가 가능한 시나리오다.

SK가스의 최대주주인 SK케미칼은 최창원 부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이 13%가 넘어 사실상 독립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 영역에서 사촌지간 독립경영이 유지되고 있지만 양측 주력 계열사간 순환출자 관계가 있어 언제든지 문제가 터져 나올 수 있는 위험부담도 있다.

최태원 회장이 풀어야 할 마지막 과제는 자신이 만든 ‘유니콘의 뿔’이다. 그룹은 지주사인 SK를 정점으로 주력 계열사들의 순환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SK위에 뿔이 하나가 있다. 최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SKC&C다. 이 때문에 최 회장은 지주사의 지분 없이도 그룹전체를 지배하는 실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SK와 SKC&C 간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시나리오를 위해서는 SKC&C의 지분가치를 높여 합병시 SK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문제는 SKC&C의 그룹내 내부매출이 비중이 높아 안팎의 시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하이닉스가 과제 해결의 조커=“글로벌 기업가 정신을 보여줄 베스트 타이밍.”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반도체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다. 최 회장은 회장 선임 다음날 이천 하이닉스 본사를 방문하는 등 책임경영행보에 나섰다.

최 회장의 하이닉스 정상화 행보는 3대 과제의 해결을 위한 첫 발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이닉스는 현대그룹에서 2001년 분리돼 독립경영에 나선 이후 채권은행단이 주도한 여러 차례 국내외 매각이 실패를 거듭했다. 지난해 11월 SK그룹이 우선인수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굴곡의 10년을 견딘 회사다.

하이닉스는 글로벌 3등 기업 마이크론, 지금은 시장에서 퇴출된 인피니온에까지 헐값 매각될 뻔했던 치욕을 겪으면서도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2위 업체로 당당히 올라섰다. 전형적인 수출형 글로벌 기업이다. ‘내수시장에서 독과점 사업으로 커온 기업’이라는 그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는 최상의 카드다. 실제로 최 회장은 하이닉스 대표이사 회장직에 선임된 후 “책임을 지고 하이닉스를 글로벌 반도체기업으로 성공시키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현재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이유로 하이닉스 사내이사 선임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이 반대했다. 하지만 정면 돌파 전략을 선택했다. 최 회장의 선택에는 오너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면서 짙게 불거지고 있는 계열분리 가속화에 대한 의중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너리스크가 크게 부각될 경우 그룹내 자신의 리더십 공백이 커지면서 사촌지간 계열분리 과정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하이닉스의 인수와 책임경영을 통해 자신의 강력한 경영능력과 리더십을 재확인하는 시험대가 필요했다는 것이 재계 안팎의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최 회장이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대내외적으로 경영인의 능력을 재평가 받는 기회를 직접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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