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퇴출 위기 라디오 프로그램 ‘원더풀 라디오’를 무대로 전직 아이돌 그룹 멤버 신진아(이민정)와 새로 투입된 PD 이재혁(이정진)이 의기투합해 ‘프로그램 살리기’를 그린다. 로맨틱물이기에 두 사람의 러브라인은 안봐도 비디오다.
스케줄은 ‘원더풀 라디오’ 하나 뿐인 신진아는 사사건건 이재혁과 부딪힌다. 매사 신진아의 덜렁거림이 불만인 이재혁은 신진아에게 새 코너 아이디어를 닦달하고, 신진아는 우연히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해답을 찾는다. 결과는 이미 예상했겠지만 대성공이다.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지난해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 ‘최고의 사랑’을 떠올릴 법하다. 캐릭터적 성격과 무대(방송사),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 등 유사성을 넘어 익숙할 정도다. 하지만 좀 다른 부분이 있다. 앞선 드라마가 있을 법한 허구성에 주목했다면 영화는 보다 더 현실성에 무게를 얹는다.
신진아의 아이디어로 새롭게 선보이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 코너는 기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선을 보여도 결코 손색없을 정도로 눈에 띈다. 나아가 하나의 완성된 스토리로 확장한다 해도 꽤 괜찮을 스토리가 가능해 보인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부르는 순박한 군인의 세레나데, 애절한 사연의 택시운전사,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전한 여고생의 사연은 그 하나하나 만으로도 최루탄이다.
무엇보다 이 코너가 눈에 띄는 것은 라디오 방송국이란 특수 공간의 배경과 스토리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200% 이상 수행한 점이다. 영화 속 코너 출연자들이 털어 놓는 자신들만의 사연과 진심을 담은 노래는 영화란 점을 잠시 잊게 만들 정도다. 눈을 감고 들어 본다면 극장이 아닌 불 꺼진 방 아랫목 이불 속에 누운 채 조그만 라디오에 눈에 꽂은 자신의 모습이 보일 정도다.
이 과정을 통해 서로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던 신진아와 이재혁의 관계도 급진전 된다. 저마다의 아픔을 간직한 코너 출연자들을 통해 밝히지 못한 자신의 아픔을 되새김질 하는 진아의 모습을 바라보는 재혁의 감정은 ‘원더풀 라디오’의 주목적인 로맨틱의 정석이다. 물론 뻔한 스토리이고, 뻔한 결말이 예상되지만 두 사람의 멋드러진 비주얼이 그 뻔함을 깨끗이 지워버린다.
연출을 맡은 권칠인 감독은 제작 발표회 당시 “국민 여신을 하늘에서 땅으로 끌어 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바람은 300% 성공이다. 때론 악다구니를 부리고 한편으론 조금 모자란 듯한 엉뚱함을 선보이는 이민정은 영화 내내 여러 매력으로 아이돌 출신의 인간적인 DJ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또한 극중 가수 출신이란 설정답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도 꽤 있다. 영화가 개봉한 뒤 이민정의 가수 데뷔가 이뤄진다면 결코 “왜?”라는 말을 붙이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더욱이 매 출연작마다 눈에 띄는 ‘힘’으로만 일관한 이정진은 이번 영화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감으로 배우란 이름의 매력을 무한 발산한다.
이밖에 이광수, 김해숙 및 여러 카메오 출연의 양념이 모자란 부분을 채운다. 아쉬운 점을 꼽자면 현직 라디오PD가 쓴 시나리오란 타이틀이다. 좀 더 라디오 방송국 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과 에피소드 등 소재에 집중하지 못한 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민정의 매력과 소설 ‘키다리 아저씨’ 주인공 같은 이정진의 모습만으로도 ‘원더풀 라디오’는 ‘원더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