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와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에 앞서 조금은 언짢은 표정이었다. 본지를 통해 앞서 보도된 ‘퍼펙트 게임’ 혹평 기사 때문이란다. 주연 배우로서의 솔직한 속내이자 거침없는 그의 평소 성격을 닮았다.
아쉬움을 전하는 그의 마음은 충분했다. 영화 속 그의 연기는 ‘최동원이 실제 부활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선수 생활 당시 고인 특유의 역동적인 투구 폼은 세세한 디테일까지 살렸을 정도다. 투구 시 팔 동작과 홈플레이트 쪽으로 꺾이는 오른발 모양은 영락없는 ‘최동원’이었다.
최동원과 실제 만나 조언을 들었을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지난 10월 10일 촬영이 끝나기 한 달 전 최동원의 사망 소식을 들었단다. 단지 촬영 전 “만들거면 제대로 만들어라”는 당부의 말만 연출을 맡은 박희곤 감독에게 대신 전해 들었다.
조승우는 “당시 뮤지컬과 겹치기 촬영 일정으로 내 출연 분량만 먼저 촬영을 끝낸 상태였다”면서 “뮤지컬 출연 중 최 감독님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들었다.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실존 인물 연기가 이번 ‘퍼펙트 게임’을 포함해 두 번째다. ‘말아톤’ 출연 당시에는 극중 ‘초원’의 모델인 배형진군을 만났다. 그 당시도 마찬가지고 이번에도 캐릭터의 모사가 아닌 포인트와 특징을 뽑아내 자신만의 캐릭터 재창조에 힘을 쏟았다. 물론 최동원의 선수 시설 투구 시 ‘안경을 올리기’ ‘스타킹 두 번 털고 모자 고쳐 쓰기’ 등 그의 골수팬조차 미쳐 눈여겨 볼 수 없는 미세한 부분은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 녹여냈다.
그는 “한때 야구 선수를 꿈꿨고, 이제야 그 꿈을 배우란 직업을 통해 이뤄냈으니 얼마나 행운이냐. 그것도 ‘전설’인 최동원이 됐으니 말이다”고 웃는다.
조승우의 기억 속 최동원은 어떤 인물일까. 생전 선수 활동 당시의 기억은 어렴풋하단다. 대신 촬영 전 박 감독이 건낸 엄청난 양의 자료를 통해 인간 최동원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조승우의 열연을 통해 팬들은 분명 최동원을 기억할 것이다. 최근 시사회에 함께 한 최동원의 부인과 친동생이 영화가 끝난 뒤 조승우에게 직접 눈물을 흘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조승우는 “(최동원이) 살아계셨다면 언젠가 롯데로 다시 돌아와 감독을 맡지 않으셨을까. 살아계셨다면 영화를 보고 뭐라 말씀하셨을까. ‘퍼펙트 게임’을 통해 최동원을 단 한 번이라도 추억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대 만족이다”고 웃었다.
영화 ‘퍼펙트 게임’은 2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