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ㆍ미 FTA 대치 유감

입력 2011-11-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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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몇 년 동안의 논란 끝에 한ㆍ미 FTA 비준동의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우리는 통상강국으로 향한 큰 산을 넘게 되었다. 그러나 비준동의안이 최루탄이 터지는 등 평화적인 상태에서 처리되지 못한 점에 대해 여야 모두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되었던 FTA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여당은 야당의 요구를 거의 대부분 수용하고자 노력했다. FTA발효로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민 대책을 먼저 마련하자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끝장토론을 하자고 해서 몇 차례에 걸쳐 끝장토론도 했다. 그리고 느닷없이 참여정부 때도 문제가 없었고, 협정문 글자 하나 바뀌지 않은 ISD 재협상이라는 무리한 요구에도 여야원내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합의를 했고, 대통령도 협정 발효 후 재협상을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국제관례상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재협상 문서화를 주장하면서 반대를 위한 명분 만들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렇게 민주당이 막무가내로 한ㆍ미 FTA를 반대하는 이유가 FTA 자체 문제가 아니라 다분히 정략적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사회적으로 한ㆍ미 FTA에 대한 반대여론을 조성한 후 물리력을 동원한 국회비준을 조장함으로써 이를 내년에 있을 총선과 대선을 겨냥한 야권통합의 촉매제로 활용하려는 야당의 의도라는 것이다.

국익을 져버리고, FTA에 대한 국민의 높은 지지를 무시한 채 오직 정략적 계산에만 몰두하면서 민주당은 당내의 민주적 절차까지 짓밟기도 했다. 민주당 내에 존재하는 절반가량의 원내 협상파들의 주장은 소수 강경파 지도부에 의해 묵살 당했고, 심지어 민주당 출신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소신 있는 발언들은 당내 강경파들에 의해 거센 비난과 압박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시작한 FTA를 부정하면 안 되며, 적극적인 자세로 책임있게 처리해야 한다”는 송영길 시장의 말이나, “FTA는 개방과 통상정책에 관한 논쟁이지, 선과 악의 논쟁이 아니다”라는 안희정 지사의 말은 민주당이 비난할 것이 아니라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우리나라가 반세기만에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유일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식 개방과 경쟁의 역사가 있다. 준비되지 않은 개방은 자멸이지만 준비된 개방과 경쟁으로 우리는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쇄국을 주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1998년에 한ㆍ일 문화개방을 두고 지금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논란이 있었다.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일본문화를 개방하는 것은 문화주권의 빗장을 풀어 우리나라를 일본의 식민지로 만드는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경제적 효과를 조금만 부각시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국노와 친일파로 몰려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했다. 그러나 한ㆍ일 문화개방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반대론자들이 우려했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한류 드라마를 시작으로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까지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하고, 관련 산업도 발전하고 있다.

문화개방뿐만이 아니다. 한ㆍ칠레 FTA가 2004년에 발효된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연평균 34%의 높은 수출증가율을 보였고, 한ㆍEU FTA가 발효된 직후 10%에 이르는 수출증가실적에서 볼 수 있듯이 FTA는 정치적ㆍ이념적인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국익에 관한 문제이며, 5천만도 되지 않는 인구와 자원빈국인 대한민국이 지속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통상강국의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ㆍ미 FTA 비준동의안이 큰 물리적 충돌 없이 통과되었지만, 그동안 ‘FTA 괴담’이 확산되는 등 사회적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제 불필요한 논란을 확산시키기보다 국론을 통합하고, FTA를 발판으로 우리가 도약하는 방안을 모색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김성조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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