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 예멘 대통령, 권력이양안 서명…33년 장기 독재 폐막

▲알리 압둘라 살레 예맨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걸프협력이사회(GCC) 중재안에 서명해 압둘 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에게 모든 권력을 이양하기로 동의했다. 사우디아라비아/AFP연합통신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국내외 사퇴 압박에 굴복해 33년간 장기 독점한 권좌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이로써 그는 지난 1월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발발한 지 10개월 만에 ‘아랍의 봄’의 영향으로 권좌에서 물러나는 네번째 국가 수반이 됐다.

살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과 나이프 왕세제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퇴진을 규정한 권력이양안에 서명했다고 아랍권 위성채널 알자지라가 전했다.

살레 대통령은 서명식 자리에서 “지난 10개월간의 불화는 문화와 발전, 정치 등 예멘 사회의 모든 분야에 큰 충격을 줬다”면서 “국민 통합을 저해하고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걸프협력이사회(GCC)의 중재안을 토대로 예멘 여·야가 합의한 이번 권력이양안에 따라 살레 대통령은 모든 권한을 압둘 라부 만수르 하디 부통령에게 넘겨야 한다.

하디 부통령은 야당 중심의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해 90일 안에 대선을 치르고 새 대통령을 선출할 예정이다.

다만 살레 대통령은 차기 대선 이전까지 명목상의 대통령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국제사회는 살레 대통령의 권력 이양이 예멘 사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예멘 국민을 위한 중요한 진전”이라며 “예멘 국민은 자신들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도 살레 대통령의 권력이양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권력이양) 동의는 예멘 민주주의의 시작에 불과하지만, 매우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샬레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구성될 새 정부에게는 민생경제 회복이 급선무라는 평가다.

극심한 빈곤과 기아에 내몰린 도시 빈민층과 지방 부족세력의 민중봉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살레 대통령의 권력 이양이 90일 안에 차질없이 이행되더라도 중동 최대 빈국 예멘이 안정을 되찾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