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진영 "내가 필요하면 분량은 필요없다"

입력 2011-11-23 08:29 수정 2011-11-2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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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특수본' 단역급 배역 '경찰서장'으로 출연

▲사진 = 노진환 기자
“그렇게 많은 영화에 출연했는데, 이번 영화는 참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이상하다. 우리 머릿속에 배우 정진영(47)의 이미지는 확실하다. 냉철하고, 강단있고 지적인 모습이다. 주로 왕이나 검사 등이 그와 어울리는 역할이었다. 한때 진행자로 나선 SBS ‘그것이 알고 싶다’속 모습도 오버랩된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특수본’속 그가 맡은 경찰서장 ‘두수’도 마찬가지다.

영화 출연은 올해 초 개봉한 ‘평양성’이후 10개월 만이다. 하지만 주연이 아니다. 의례 주연이라고 생각할 만했는데 말이다. 조연도 아니다. 불과 몇 장면 나오지 않는 단역급 배역이다.

정진영은 그동안 영화 ‘왕의 남자’ ‘이태원 살인사건’ ‘님은 먼 곳에’ 등을 통해 무게감 있는 주연을 맡아왔고,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드라마 ‘브레인’에서도 주연을 맡아 오는 등 이름값이 꽤 높은 배우로 활동해 왔다. 하지만 이번 ‘특수본’에선 아니란다. 정진영이란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선택이 조금은 의아스러웠다.

▲사진 = 노진환 기자
그는 “조연과 주연은 계급이 아닌 역할일 뿐”이라는 확고한 연기관을 내세웠다. “내가 조연이냐 주연이냐는 극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내가 어디에 필요한지만 중요하다”면서 “주연과 조연의 중요도는 생각해 본 적 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스스로가 대중들에게 쌓아온 이미지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그는 “내 이미지가 냉철하고 강하다는 건 잘 알고 있다”며 쑥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하지만 약간의 억울함도 드러냈다. 그동안 ‘즐거운 인생’과 ‘날아라 허동구’ 등을 통해서 순박한 이미지도 많이 연기 해왔기 때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박한 이미지보다 강한 이미지의 대비만이 남은 것은 확실하다. 정진영은 이에 대해 “극의 역할보다 내 생김새 때문에 강한 이미지만 기억 하는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관객들의 평가에 나를 맡기는 것이 배우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선택”이라고 스스로가 생각한 배우로서의 자세를 설명했다. 영화촬영이 끝나는 순간, 자신의 출연한 작품은 관객의 것이 된다는 것. 본인이 순수를 연기했더라도, 관객의 평가가 악역이라면 그는 악역이 되는 게 맞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단역으로 참여한 이번 영화는 어떨까.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내가 엄태웅과 주원의 존재감을 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전했다. 모든 영화가 그렇듯이 주연과 조연의 경계선이 완벽해야 하는 작품이었다는 것.

정진영에게 캐스팅 연락이 왔을때는 이미 엄태웅과 주원의 캐스팅이 완료된 상태였다. 당초 정진영은 경찰서장 ‘두수’역이 강하면서도 눈에 띄지 않는 존재감에 부담감을 느끼고 조심스레 거절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태원 살인사건’을 찍으며 신뢰를 쌓아온 제작자가 찾아와 삼고초려해 어렵게 출연을 결정했다.

▲사진 = 노진환 기자
그는 엄태웅과 주원에 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사실 그 두 배우와 같이 찍는 장면이 많지 않았지만 그들의 에너지는 느낄 수 있었다. 젊지만 영화를 이끌어가는 확실한 힘이 있는 배우들이었다”며 추켜세웠다.

현장에서 느끼는 후배들의 열정도 그에게는 훌륭한 자극제며, 활력소가 되는 듯 했다.

배우 정진영 외에 엄태웅, 주원, 성동일, 김정태 등이 출연하는 영화 ‘특수본’은 경찰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특별수사본부의 이야기로, 특수본 멤버인 열혈형사 성범(엄태웅)과 FBI에 연수를 다녀온 범죄 심리 전문가 해룡(주원)이 사건을 파헤치면서 그 속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는 이야기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말했다.

“영화를 보면 아마 깜짝 놀랄 겁니다. 꼭 극장에서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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