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미 감독 "이건 상도에 어긋난다" 탄식

입력 2011-11-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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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국내 영화 배급 현실에 대한 탄식이 쏟아져 나왔다. 현직 영화감독이자 영화사 대표의 입을 통해서 나온 발언이다.

영화 ‘사물의 비밀’을 연출한 이영미 감독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빼앗긴 50개 극장을 돌려달라”며 호소했다.

이 감독은 “내 영화가 한번 볼 가치도 없는 그런 영화라면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선보여 냉정한 반응이든 호응이든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열어주기 바란다”면서 “이건 상도에 어긋난다”고 열악한 배급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영화 개봉 일주일 전까지 50~100개관 개봉을 배급사와 함께 계획 및 확정 했지만 개봉날 직전 20개도 안되게 축소됐다고 하소연했다.

이 감독은 “우리 같은 독립자본의 상업영화가 이정도니 우리보다 작은 영화는 어느 정도겠냐”면서 “‘독립자본 상업영화’도 함께 공생한다는 믿음을 보여달라. 이러한 진정성을 무시함으로써 모든 걸 다 걸고 영화를 만든, 아무리 힘들어도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꿋꿋이 한국영화계를 지켜온 사람들을 벼랑 끝에 내몰지 말아주기를 바란다”고 영화 관계자들에게 호소했다.

다음은 이영미 감독의 글 전문

영화 <사물의 비밀>의 감독 (영화사 필름프론트 대표)인 이영미입니다.

벌써 개봉 3일 후, 돌아가는 상황들을 보다가 너무 마음이 아파 이 글을 씁니다.

개인적인 심정으로 기자님들의 마음을 어지럽혀 드리고 싶지 않으나, 본 영화의 감독으로서 너무 당황스럽고 억울하여

글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네요.

11월 17일, <사물의 비밀>이 상업영화로서 극장에서 개봉을 하였고 이제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이게 된 감동을 느낄 사이도

없이 많은 고뇌가 저를 잠못 이루게 합니다.

10월 20일 제작보고회를 시작으로 11월 2일의 기자시사, 1400 명이 참석한 VIP시사회에서의 반응, 그리고 10 여차례의

일반 시사를 통한 관객님들의 좋은 반응들에 이런 상황을 예측 못했었는지도, 그만큼 순진했는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영화사에 전화가 계속 옵니다. "도대체 이 영화 어디서 볼 수 있냐?"고. "왜 강남에는 개봉관이 이리 없냐?" "시간배정은

왜 이렇냐?"고.. 보고싶어도 볼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입소문과 보고 싶어하는 관객분들은 점점 더 많아지는데,

가서 볼 극장이 없다는 겁니다. 그런 얘기를 듣는 제 가슴은 찢어집니다.

전 주에 22개의, 유례없이 많은 영화들이 몰렸다는 점은 알지만, 개봉 일주전까지 50~100개관을 배급사와 함께 계획

했고 확정적으로 알고있었던 저희가 개봉날 직전에 20개도 안되는 극장수로, 그나마 ‘퐁당퐁당‘이 되어버려 한 주도

기약할 수 없어졌다는 현실에 경악하였습니다. 아무런 사전 양해도 없이 저희의 상영관을 고스란히 잃어버린 것입니다.

저와 작은 영화사 ’필름프론트‘ 식구들에게는 그야말로 청천벽력같은 철퇴였습니다.

그래도 눈물을 머금고 상영일부터 극장을 돌아보았는데, 그나마 몇개 안되는 서울 변두리 극장들에서조차도 메이저와

마케팅비 많이 쓴 영화의 포스터들만 걸려있고 심지어 전단 배치도 잘 안되어 있었습니다. 그런 것조차도 작은 영화는

밀린단 말인가요?!

'독립자본의 상업영화'가 설 길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이러니, 이보다 더 작은 독립영화들은 어떤 조건일까요?!!

제 영화가 한번 볼 가치도 없는 그런 영화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에게 선보여 관객들의 냉정한 반응이든

호응이든 받을 수 있는 기회는 열어주기 바랍니다.

이건 상도 에 어긋납니다.

시나리오부터 투자/배급을 받기 힘들어 결국 저 개인이 발로 뛰어 힘겹게 제작했고, P&A도 저희가 힘겹게 뛰어 투자를

끌어오면서 고생했던 모든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옵니다. 결국 영화를 만들고, 열악한 예산에서 최선의 광고홍보를

하였고, 영화제와 여러분들의 평가와 사랑을 받은 기쁨도 잠깐, 이렇게 정정당당히 겨뤄볼 기회조차 박탈당해야 합니까.

저는 피눈물이 납니다.

아무쪼록 양식있는 배급사와 극장들의 현명하신 판단을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뺏긴 50개의 극장을 돌려주십시오.

‘독립자본의 상업영화’와도 함께 공생한다는 믿음을 보여주십시오.

이러한 진정성을 무시함으로써, 모든 걸 다 걸고 영화를 만든, 아무리 힘들어도 영화에 대한 열정 하나로 꿋꿋이

한국영화계를 지켜온 사람들을 벼랑끝에 내몰지 말아주기를 바랍니다.

월요일부터 기자님들의 마음을 어지럽게 해 드려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으나, 가만히 앉아서 모든 걸 잃을 수는 없기에

이 글을 올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물의 비밀 감독/영화사 필름프론트 대표

이영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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