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은 29일 광화문 사옥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중소 SW 개발기업 동반성장’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SW산업 경쟁력 향상과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해 적극 나설 것”이라며 “KT가 하드웨어(HW)에서 SW 중심으로 변화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는 애플, 구글 등 글로벌업체들이 막강한 SW를 내세워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IT산업이 대부분 하드웨어적인 부문에 치우쳐 있고,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국내 SW 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 앞장서겠다”면서 “SW 구매방식을 현재의 용역에서 미래 가치를 평가해 구매하는 방법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역구매 방식은 해당 SW의 원가계산 개발인력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개발업체가 인력공급 역할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건비 계산은 품셈 방식으로 진행돼 글로벌 수준의 정보기술(IT) 전문가도 정해진 단가표 내에서 대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회장은 이러한 틀을 깨부수고 전문성과 미래 시장성 등을 기준으로 SW 실제 가치를 매겨 구매할 생각이다. 평가를 위해서는 전담 조직을 신설해 기준을 정립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넥스알과 개발하고 있는 클라우드 기반 로그분석 솔루션은 현재의 공정을 인건비 기준으로 판단 시 10억원 수준이나 이를 가치구매 방식으로 향후 시장수요 및 솔루션의 중요도 등을 적용해 산출하면 그 가치가 20억으로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정되는 SW 가치의 50%까지 선지급해 개발사들의 개발여건을 보장할 계획”이라며 “해당업체의 성장성이 높을 경우 작년 넥스알 사례처럼 추가적인 인수와 투자도 확대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치구매 방식의 본격적인 적용은 내년 1분기 중에 산정기준이 마련되면 시작된다. KT는 전체 구매 소요 중 300억~500억원 규모로 출발해 개발 성과에 따라 2015년까지 현재의 절반 수준인 3000억원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가치구매 방식은 그러나 KT로써는 모험일 수밖에 없다. 개발 단계에서 가치는 높게 평가 받았으나 정작 시장에서 실패할 경우 KT가 부담해야할 리스크도 크기 때문.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운동선수를 예로 들며 “해당 선수의 가치를 따져 몸 값을 많이 주고 데려왔지만 부상 등으로 제 활약을 못한다고 해서 선수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중소 SW 개발기업들과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 감내할 수 있는 충분한 위험요소라는 판단에서다.
이 회장은 “SW 개발과정에서 발상된 산출물의 소유권은 개발사에게 제공해 일회성 개발 관행을 없애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개발에 이어 유지보수까지 연계되는 개발사 중심으로 프로세스를 개편하고 저가 경쟁입찰로 인한 유지보수료 인하의 악순환을 끊고 요율을 글로벌 수준까지 개선해 개발사의 연속적인 생존환경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T는 HW쪽에만 국한돼 있던 수요예보제를 S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매년 초 신규 SW 수요를 발표해 관련 기업들의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조만간 클라우드인큐베이션센터도 설립해 클라우드 기반의 SW 개발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이 회장은 “중소 SW 기업들이 개발한 솔루션들의 판로 확보를 위해 오픈마켓 구축 및 글로벌 진출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현재 솔루션을 마켓에서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기업 솔루션 오픈 마켓’을 구축하고 있다. 여기에는 KT가 보유하고 있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가 제공되고 있으며, 현재 60여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KT는 추가 솔루션을 발굴해 10월에 정식 오픈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