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받았던 국제 신용평가사가 대반격에 나섰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하향하면서 포문을 연 셈이다. 100년 넘게 국제 금융시장을 호령한 신평사들이 위상 찾기에 나서면서 금융시장 역시 바짝 긴장하고 있다. 4회에 걸쳐 글로벌 신평사의 현황을 짚어보고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진단한다)
<글 싣는 순서>
① 글로벌 신평사의 대반격
② ‘트리플 A’의 딜레마
③ 입김 살아나는 글로벌 신평사, 자만심 버려라
④ 中, 글로벌 신평사도 접수한다
세계 2대 경제대국 중국이 서방 신용평가사(이하 신평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신용평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중국 최초 신평사인 다궁(大公)국제자산신용평가유한공사는 지난해 세계 50개국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를 비서구권 국가 중 일본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발표해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평사에 선전포고를 했다.
국가별 신용등급 평가는 다궁 이전까지는 3대 신평사와 일본의 R&I, JCR만이 발표해왔다.
다궁은 첫 국가 신용등급 발표에서 중국의 신용등급을 ‘AA+’로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일본보다도 높게 책정했다.
다궁의 이 같은 움직임은 3대 신용평가사가 서방 선진국 중심으로 등급을 매기고 있어 객관성이 결여되고 신흥국의 상황을 올바르게 반영하고 있지 않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다궁은 지난해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2차 양적완화 조치를 실행하자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하고 등급전망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등 3대 신평사와의 차별화를 꾀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다궁의 독자적 행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를 반영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지난 1994년에 설립된 다궁은 중국 3대 신평사 중 외국 신평사와 파트너 관계를 맺지 않은 유일한 업체다.
중국 신용평가 시장에서 다궁은 약 25%의 시장 점유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나머지 시장은 S&P 등 3대 신평사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 업체의 글로벌 신평사 도약 시도에 미국 등 선진국의 견제도 커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해 9월 다궁의 공식 채권평가기관 승인 신청을 거부해 미국 신용평가 시장 진출에 제동을 걸었다.
SEC가 지난 2007년 신평사 승인 업무를 시작한 이래 승인을 거부한 것은 다궁이 처음이다.
SEC는 다궁의 문서 보존과 등급 평가기준, 평가보고서 작성 등이 아직 미국 법에 부합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거부 이유를 설명했다.
다궁의 관젠중 회장은 “SEC가 다궁의 글로벌 신평사 성장을 막고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평사의 독점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승인을 거부했다”며 발끈했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만큼 글로벌 신용평가시장에서의 위상 정립을 노릴 것으로 보여 앞으로 서방 신평사와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