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대통령 연내 퇴진 가능성 높아

입력 2011-03-22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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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째 장기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의 연내 퇴진 가능성이 높아지자 미국의 대(對) 테러정책에도 비상이 걸렸다.

살레 대통령은 알-카에다 세력을 억제하기 위한 미국의 대 테러정책에 중요한 조력자였다.

알-카에다가 최근 몇 년간 예멘을 신흥 거점으로 삼아 세력을 키워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살레의 퇴진은 대 테러 관점에서만 보면 미국에 크나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알-카에다는 2009년 1월 사우디 아라비아와 예멘 지부를 통합해 아라비아반도지부(AQAP)를 발족한 뒤 공세를 강화해 왔다.

2009년 성탄절 미국 여객기 테러 기도 사건, 지난해 10월 예멘발 미국행 소포폭탄 사건 등의 배후도 모두 AQAP였다.

AQAP는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등 전통적인 본거지에서 미군의 공세가 강화되자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하고 험준한 산악지대가 많아 은닉이 용이한 예멘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아 조직을 강화해 왔다.

예멘은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 가문의 고향이자 AQAP의 핵심 지도자인 예멘계 미국인 안와르 알-올라키가 은신하고 있는 곳이어서 최근 미국의 대 테러정책은 예멘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지난해 예멘 내 알-카에다 전담 대응부서를 국 내부에 신설했고,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수십명에 불과했던 예멘 수도 사나의 근무 요원은 최근 몇배로 늘어났다.

미국 상원은 올해 국방예산 중 예멘의 대(對) 테러 방지사업에 7천500만달러(약 850억원)를 투입하는 예산안을 승인했고, 미군 특수부대는 예멘군에게 대 테러작전 전술을 전수하며 대 테러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대 테러 분야에서 예멘과 살레 대통령의 협조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고려한 듯 예멘 내 반(反) 정부 시위가 격화되며 인명피해가 확산할 때도 미국은 살레 정권을 적극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나 살레 대통령은 지난 18일 당국의 시위 강경진압으로 52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방위적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살레 대통령의 소속 부족 마저 등을 돌리고 외국 주재 대사들이 잇따라 사임한 데 이어 군 내부에서도 시위대를 지지하는 고위 간부들이 속출함에 따라 그의 조기 퇴진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다.

미국의 고민은 살레의 퇴진으로 인해 예멘에서 대 테러 작전의 연속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살레를 대체할만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예멘에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유력 정당 중 하나인 `이슬라(Islah)'의 지도자 셰이크 압델-마지드 알-진다니 같은 인물은 미국 테러리스트 명단에 포함돼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살레 정권 붕괴 이후 테러조직과 무관하지 않은 인물들이 예멘 정치권 전면에 나설 경우 미국의 예멘 군사 원조나 대 테러 작전 수행은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아울러 예멘에는 대 테러리즘 외에도 빈곤 퇴치, 실업난 해소, 남북 갈등 해소 등 산적한 현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새 정권이 들어선다면 살레처럼 대 테러 분야에 전력을 쏟을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다.

미 의회 조사국은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현재로서는 살레를 대체할 만한 합의된 인물이 없다"며 "살레의 친.인척들이 보안당국을 장악하고 있어 그들 중 일부를 (권력에서) 분리할 경우 내전 등 분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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