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이승환은 2010년의 마지막 공연 ‘미스타리의 미스테리’콘서트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 이승환의 자유분방한 기질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고 싶은 음악 스타일을 고집하며 즐겨오니 어느덧 23주년을 맞은 그다. ‘어린왕자’의 수식어를 달고 다닌 이승환은 미소년 같은 외모, 가녀린 미성에서 거친 록버전의 목소리를 넘나들며 그만의 카리스마를 완성했다. 이번 공연에서 록과 발라드 등 음악세계를 다양하게 보여줬다는 점에서 그에게나 마니아 팬들에게나 의미있는 공연이었다는 평이다.
지난 24일부터 3일간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미스타리의 미스테리’콘서트는 시간여행을 떠나는 콘셉트로 꾸며졌다.
오프닝은 신비로운 음향과 신명나는 꽹가리의 울림이 어우러지며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좋은날’과 ‘원더풀데이’의 오프닝 곡에 이어 신나는 드럼 비트에 맞춰 청아한 실로폰 연주가 시작됐다. 이승환의‘사랑하나요’와 함께 오즈의 마법사 복장을 한 백댄서들과 펭귄 인형이 등장해 동화 속 분위기를 연출했다.
신나는 리듬에 들썩이는 이승환의 어깨처럼 관객들의 박수는 리듬을 맞추며 이어졌고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했다. 한 껏 무대를 달군 이승환은 “앉는게 신상에 이로울 거야”라며 친근하면서도 거침없는 농담으로 객석을 한 바탕 웃게 했다. 이어 “여러분들 나이 감안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연세가 있으시니 옥체보존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특유의 유머를 건넸다. 그의 마니아팬들도 어느덧 삼십대로 접어들었음을 잘 알고 있는 그였다. 그는 ‘세가지 소원’을 기존 감미로운 느낌을 버리고 신나는 리듬으로 편곡해 선보이는가 하면 ‘완벽한 추억’을 선보이며 관객의 내면 숨겨진 쓸쓸한 정서를 흔들어놨다.
그는 강약을 조절해가려는 듯 신나는 곡 ‘제리제리고고’로 이어갔고 마치 약속한 듯 팬들은 이승환이 던지는 노랫말에 맞는 추임새를 받아 절정의 호흡을 과시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한 껏 고조되자 그를 톱스타 반열에 끌어올린 ‘천일동안’으로 객석을 압도했다. 가녀린 목소리와 거친 음색을 넘나들다가 절정부분에 이르러서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듯 포효에 가까운 창법으로 절규의 극치를 자아냈다.
발라드를 부를 때 즈음에는 이승환은 “이제 발라드를 부를겁니다. 기침하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라고 하자 객석 곳곳에서는 기침을 미리(?) 해놓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승환과 그의 마니아 팬들이 오랜 호흡으로 툭탁툭탁 만들어나가는 그야말로 축제의 현장이었다.
이승환은 강한 록 버전으로 객기 어린 이십대를 뒤돌아보는 노래 ‘붉은 낙타’에 이어 ‘위험한 낙원’을 엔딩으로 선보였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라는 곡으로 앙코르 곡으로 대미를 장식한 그는 대형 스크린에 등장해 “행복했나요? 재미있었나요? 나 멋졌나요?”라고 물어 관객들의 호응을 끌어낸 뒤 “여러분들도 오늘 무지 멋졌어요” 라는 친절함으로 콘서트가 끝났음을 알렸다.
‘미스타리의 미스테리한 공연’은 그렇게 화려하고 친근하고 재치있게 이승환의 마지막 공연을 장식했다. 이러한 열기를 이어가는 공연은 ‘차카게’ 2월에 다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