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자발성이 미덕인 사회

입력 2010-12-2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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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유통경제부장

▲황의신 유통경제부장
운동선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밸런스다.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이승엽 선수가 최고의 활약을 할 때 전문가들은 모두 이승엽의 타격 밸런스가 최고라고 칭찬했지만, 성적이 곤두박질 칠 때는 한결같이 밸런스가 무너졌다고 지적한다.

최근 일본 진출을 결정한 국민 남동생 박태환 선수 역시 마찬가지다. 박태환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 2관왕 이후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참가한 전 종목에서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좌우영법과 킥의 밸런스가 무너진 것이 문제였다. 올해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도 무너진 밸런스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축구나 야구, 농구, 배구 등 팀플레이를 하는 종목에서 최고의 팀은 공수의 밸런스를 갖춘 팀이다. 공격이 강하더라도 수비가 약한 팀도 이길 수는 있지만 우승을 하기는 힘들다. 운동선수에게 밸런스가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부상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적으로 밸런스(balance)란 원래 저울의 일종인 천칭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로, 좌우대칭으로 배치되어 생기는 중력적인 균형을 뜻한다. 원래 공간적 개념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시공간을 포함한 모든 분야로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

올해처럼 기업들에 밸런스를 강하게 요구한 적이 있을까 싶다. 올 한해를 강타한 공정과 상생 이야기다. 정부의 정책에 있어서나 기업의 경영활동에 있어서 공정과 상생을 올 한해를 관통 화두였다. 좋은 말로 하면 혼자만 먹지 말고 사이좋게 나눠먹자는 얘기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미 곳곳에서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기업들이 펼쳤던 나눔경영이나 사회공헌, 대?중소기업 간의 상생과 같은 것은 따지고 보면 자발적(voluntary)이라기보다는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지방선거의 패배이후 민심을 돌리기 위해 친서민주의를 표방하고 민생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금융위기 이후 경영하기 어렵다던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앞 다퉈 상생협력을 확대하고 사회공헌에 나선 것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소소하게 최근 롯데마트의 통큰치킨 논란도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일어난 해프닝이다.

장관급인 청와대 정무수석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압력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리 없다. 정부는 상관관계를 부인하지만 검찰의 사정행보나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정부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기업 손보기라는 정황은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곳곳에서 드러난다.

정부 입장에서야 집권초기 기업에 힘을 실어줬으니 이제는 기업들이 베풀 때라는 생각을 할 만하지만 그것도 상대방이 공감을 할 때라야 설득력을 얻는다. 밸런스가 무너진 운동선수를 빠른 시간에 제자리를 찾게 만들겠다고 무리해서 운동을 시키면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크다. 좋은 감독은 선수가 자발적인 노력으로 밸런스를 찾도록 옆에서 기다려주고 도와주는 역할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기업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이익추구’가 제1의 덕목인 집단에게 ‘이익을 내놓으라’하면 좋아할 기업도 없거니와 그렇게 해서 실천하는 나눔이 연속성을 갖길 기대하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자발적으로 ‘그렇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발적이지 않은 행위는 진정성을 포함하지 않는다. 반대로 자발적인 모든 행위는 신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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