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여풍당당]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 25년 경영수업…준비된 '제약 CEO'

입력 2010-12-21 11:00 수정 2010-12-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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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여풍당당]제약계 첫 여성 CEO…2014년 매출 2조 시대 이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초(女超) 시대가 도래 한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그동안 여초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가 아마도 제약부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분야 역시 최근 여성 CEO들의 잇따른 등장에 바야흐로 여성시대를 맞고 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김은선(52) 보령제약 회장.

보령제약은 지난해 초 이사회를 열고 김은선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함에 따라 국내 제약업계 첫 최고 경영자(CEO)가 탄생한다. 여성 CEO 선임은 지난 1957년 보령약국으로 문을 연 보령제약으로서도 처음이지만 주요 국내 제약사 가운데서도 최초다.

또한 이날로 창업주 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이 공식적으로 경영에서 물러남에 따라 보령제약이 본격적인 2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김 회장 아버지인 김승호 회장은 그룹을 대표하는 회장인 반면, 제약부문 김은선 회장은 보령그룹 주축인 보령제약을 총괄하면서 동시에 그룹 내부를 모두 책임지게 됐다.

김은선 회장은 네 딸 중 장녀. 어찌 보면 장사 상속(?)에 속하는 승계일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의미가 있는 것은 이화경 오리온 그룹 대표 같은 1세대 딸은 남편을 앞세우고 뒤에서 보조하는 식으로 경영을 하지만 김은선 회장은 홀로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김은선 회장은 지난 1986년부터 보령제약 여러 부처를 거치며 경영수업을 쌓아왔다. 지난 2000년 보령제약 사장을 거쳐 2001년부터 보령제약그룹의 부회장을 맡으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해 보였으며 지난 1월 보령제약 회장에 취임하면서 사실상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제약업계에서는 여성인 김 회장이 보수적인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 대표는 실제로 2005년 그룹의 혁신활동인 '이노 비알(inno-BR)'을 주도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제약업계는 전사적 혁신활동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으로 회사 안팎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당시 제약업계에서는 인간의 생명과 직결된 산업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다른 산업계에 비해 변화와 혁신에 조심스러운 편이어서 사내 혁신을 주도했던 김 회장이 회사를 대표하게 됨에 따라 보령제약뿐 아니라 업계 전체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보령제약은 올 초 여의도 63빌딩에서 1400명 전 임직원 참석한 가운데 중장기 비전 선포식을 열고, 향후 5개년 간의 사업계획 및 이를 위한 새로운 비전 ‘비바 밸류 업(VIVA Value Up) 2014’를 발표한다.

‘비바 밸류업(VIVA Value Up) 2014’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 활동과 관련된 모든 부문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재무목표 달성을 의미하는 ‘성장(Value)가치’, 변화를 선도하는 ‘혁신(Innovation)가치’, 고객 만족을 극대화 시키는 ‘고객(Voice)가치’, 실행력 있는 지식형 인재를 육성하는 ‘인재(Action& Learning)가치’의 4대 가치 창출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한다는 의미다.

4대 가치창출 영역을 중심으로 단계별 중장기 성장 목표를 수립하고 10대 전략 과제와 47개의 실행과제를 도출해 장기적으로 균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보령제약그룹은 새로운 비전을 통해 오는 2014년 보령제약 1조 원, 보령메디앙스의 7500억 원 등 7개 계열사가 총 2조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추진하기 위한 슬로건으로 ‘비 스마트(Be Smart!), 밸류 업(Value Up!)’을 발표했다.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생각하고 일하는 방법이 스마트해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각 사별로 전략적 성과지향 평가 시스템을 확립하고, 직무별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 스마트한 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보령제약은 2014년까지 100억 이상 품목 14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고혈압 신약 ‘카나브(피마살탄)’을 2011년에 출시할 예정이며, 신제품 파이프라인의 확대와 차별화된 신제품 도입전략으로 성장을 견인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지난 해 설립한 북경지사를 발판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동남아 거점 네트워크를 확대해 수출액을 연평균 30%씩 늘려가며, 현재 업계 선두권에 있는 항암제 사업과 성장하는 시장인 정신과 영역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경영에 위기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김은선 회장은 최근 가짜 블루베리 음료 판매로 곤혹을 치렀다. 식품의약품안전청 중앙기동단속반 조사 결과 보령제약이 판매하는 ‘발효 블루베리100’이 블루베리 100% 농축액이 아니었음이 드러난 것.

하지만 김은선 회장은 문제의 제품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도되어 우리(보령제약)와 상관이 없다는 부문을 소비자에게 상세히 알리면서 경영 위기를 조기에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김은선 회장은 “직접적인 우리(보령제약)의 문제는 아니지만 문제가 된 부문에 대해서는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해 소비자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제약 홍일점, 올해 성적은]

김은선 회장은 이달로 취임 1년 10개월 여를 맞았다. 제약업계 유일한 홍일점인 김 회장은 이른바 임전무퇴(臨戰無退)형의 다소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을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이 회사를 이끌기 직전인 지난 2008년만 해도 보령제약의 매출은 2000억 원을 밑돌았고 영업이익률은 3.5%에 머물렀다. 하지만 취임 첫 해 매출액을 20% 끌어올리며(2678억 원) 화려하게 데뷔했다. 올 상반기는 전년 동기대비 15% 증가한 1521억 원을 기록, 첫 3000억 원 돌파에 청신호를 켰다. 일단 규모 확장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따라서 제약업계에서는 경영권 승계 후 내실과 규모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다.

공격경영은 올 들어 더 과감해지는 모습이다. 충남 예산에 농공단지를 조성하고 보령제약의 첫 신약인 '카나브' 원료의약품 생산공장을 세웠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이 기존 40%대에서 60%로 급증했지만, 사업구조를 '신약'으로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한 포석에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한 것이다.

혁신을 통한 내실 다지기도 소홀치 않았다. 지난해 군포 공장부지를 680억 원에 매각하며 자금을 확보, 영업의 질을 높일 기반을 잡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영업이익의 상승인데 애초 20억∼100억 원 수준이던 것을 지난해 101억 원, 올해 상반기에만 114억 원으로 대폭 향상시켰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3% 안팎에서 올 상반기 7.49%로 배 이상 상승했다.

증권가의 분석도 유사하다. 김지현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보령제약은 의원급 영업의존도가 40% 이하인 독특한 구조로, 최근 정책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측면이 있다"며 "또한 외부 '라이센싱 인(Licencing-In)' 제품이 많은 사업구조도 환율하락에 따른 수혜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다음 승부수는 신약 '카나브'다. 54년 회사 역사의 첫 신약이란 의미뿐 아니라,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최초의 고혈압 신약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곧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획득한 후, 해외 판권 이전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이 김 회장의 숙제다.

[김은선 회장은 누구]

김은선 회장은 보령그룹 창업주 김승호 회장의 장녀이다. 김승호 회장은 딸만 넷을 뒀는데, 첫째 딸 김은선(現 보령제약 회장), 둘째 딸(전업주부), 셋째 딸(전업주부), 막내딸 김은정 (現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이다.

김승호 회장 딸들은 모두 가톨릭계 학교인 성심여고와 성심여대 가톨릭대를 나왔다. 김은선 회장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언론과정을 밟았다. 김은정(41) 부회장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김은선 회장은 오래 전부터 후계자 준비를 해온 준비된 경영자다. 1986년에 보령제약에 입사해 주로 기획과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일 해왔다. 용각산, 겔포스, 구심 등이 국민의약품으로 자리 잡게 된 데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한 김은선 회장이 크게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전략기획실 사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섰다. 사장 역할을 충실히 해내 합격점을 받으면서 이듬해인 2001년에는 그룹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사실 김은선 회장 시대는 이미 2000년대 들어 계속돼왔다.

보령그룹의 지난 10년을 이끌어온 대전략과 비전이 모두 김은선 회장 손에서 만들어졌다. 21세기를 목전에 둔 1999년 10월, 보령그룹은 ‘NEO21’을 선포한다. ‘Newly(새롭게)’ ‘Early(빠르게)’ ‘Only(으뜸으로)’의 약자에 21세기의 21을 조합한 NEO21은 2000년부터 최근까지 보령그룹의 캐치프레이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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