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수의 공시 따라잡기]특수관계자 거래 간과해선 안돼

입력 2010-12-14 16:57 수정 2010-12-1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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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투자가치 좌지우지, 비정상적 거래 유의해야

얼마 전 필자의 운전 실수로 기둥에 차를 긁힌 적이 있다. 다행히 필자의 지인이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어 필자의 차를 수리했는데, 그 지인은 부품 가격만 받고 긁힌 부분을 고치는 것 이외에 타이어, 부동액 등 겨울을 대비해 여러 가지 점검도 실비로 해줬다. 생각해보면 이처럼 일상 생활에서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부모에서부터 친척, 친한 친구에게 무이자로 자금을 빌리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들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싼 값으로 물건을 사기도 하고, 공짜로 물건을 받기도 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물론 기업은 주주라는 제3의 이해관계자도 있기 때문에 세법에서는 공정한 거래를 위해, 저가나 무상의 거래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그들 사이에 거래는 빈번하게 일어난다. 재계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2009년도 매출내역을 조사한 결과 내부거래 총액은 모두 108조4308억원으로 전체 매출 850조416억원의 12.8% 를 차지한다고 한다.

지난 10월 '장하성 펀드'가 태광산업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었다. 이 펀드에 의하면, 태광산업 이호진 회장이 소유한 동림관광개발의 골프장 회원권을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하는 방법으로 부당지원 했고, 2006년에는 태광산업 전산부문 자산을 이 회장 가족이 보유한 티시스(옛 태광시스템즈)에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즉 특수관계자와의 거래에서는 어느 한쪽이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끼칠 수 있는 불공정한 거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출액을 조작하는 일에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이용되기도 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인 W사는 비상장 Y사와 특수관계 회사이었다. W사의 연간 매출액이 전기 보다 감소해 당기 예상 매출액에 미치지 못하자 W사는 Y사와 서로간 매출과 매입 거래를 통해 80억원의 당기 매출을 증가시켰다. 물론 실제 물건이 움직이지 않고 특수관계자 이므로 서류만으로 이런 것이 가능했다.

이와 같이 특수관계자 거래는 회사의 가치를 증대 혹은 감소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므로 우리나라 기업회계기준서 및 국제회계기준에서도 기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특수관계자 거래를 의무 공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 개인 투자자들은 특수관계자 거래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특수관계자 및 거래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업을 바라봤으면 한다.

특수관계자 거래는 모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자회사를 통해 팔거나 관계회사에 부족한 운영자금을 빌려주는 행위,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관계회사 주식을 계열회사에 싼 값에 파는 행위 등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그러나 기업이 이들 특수관계자와 거래를 한다고 해서 회계처리 방법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정상조건거래와 다른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유의할 필요가 있다.

비단, 위의 사유처럼 특수관계자와의 거래가 분식이나 부정의 수단으로 이용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특정 기업에 매출이 편중되어 있으면, 해당 기업의 실적이 나쁘면 당연히 관계회사의 실적이 나빠지는 것이다. 글로비스의 현대차그룹 계열사 의존도가 올해 90% 를 상회한다고 하는데 만약 현대차 그룹의 실적이 급격하게 악화된다면 글로비스의 실적에 영향이 없을 수가 없다.

특수관계자간에는 매출거래 뿐 아니라 금전대여거래 및 보증관계도 확인해야 한다. 부실한 관계사를 살리기 위해 회사의 투자나 연구개발에 쓰여야 할 자금이 부실한 관계사에 자금대여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입 시 보증이나 담보를 제공한 것은 아닌 지 주석을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코스닥 상장사 A사에 대해서 전 대표 부부가 지배하고 있는 회사와의 거래내역과 채권ㆍ채무내역을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항목으로 주석에 기재하지 않아서 올해 최고액인 6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이 있었다. 한국 경제 발전과 건전한 기업 경영 문화 형성을 위해서 마땅하고 정당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재무제표 이용자들을 오도시킬 수 있는 부당한 특수관계자 거래나 불공정 공시가 없어지기를 바라며, 독자들도 특수관계자 사항에 대해 유의해 기업과 산업의 현황 및 잠재적 가치를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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