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정용진·이재현, ‘3인3색’ 경영스타일

입력 2010-12-02 11:30 수정 2010-12-0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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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글로벌 영토 확장’… 사내 복지 챙기고 사회공헌도 한발 한발

최근 한국 경제에서는 재벌가 2·3세들의 경영에 대한 전망을 논하느라 분주하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사장이 사장 진급을 앞두고 있고 이부진, 이서현 전무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유통·식품업계 쪽에서도 오너 2, 3세 경영인을 놓고 평가 작업이 한창이다. 그만큼 이들이 그룹 전체를 아우르면서 회사의 도약과 목표 실현을 위한 행보가 한국 경제에 직접적으로 파급되기 때문이다. 유통맞수 롯데 신동빈 부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식품에서 엔터테인먼트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집안내력 꼭 닮은 경영스타일=세 사람의 경영 스타일은 정용진 부회장이 자신의 사업 비전이나 고객, 직원들을 대하는 가감없는 스킨쉽에 있다면 신동빈 부회장과 이재현 회장은 은둔형에 가깝다.

정용진 부회장은 최근 사회적 화두인 동반성장 비전을 밝히면서 협력회사 CEO와 임원 등을 한 곳에 모아 언론에 노출시키면서까지 적극적으로 풀어냈다. 격식을 갖췄지만 신 부회장이나 이 회장 처럼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모습과는 다른 방식이다. 트위터를 통한 고객이나 지인과의 소통에서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해야 할 말과 논쟁이 벌어졌을 때도 물러섬이 없을 정도로 대담한 모습까지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만큼 직원이나 대중들과의 거리를 좁히면서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논란거리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도 정 부회장의 신세대적인 성격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이마트표 간편 가정식’시식 행사를 언론사 기자와 함께해 경영진들이 새로나온 각종 음식을 맛보고 평가하는 여러 단계를 공개했다. 식품 개발을 위한 이마트의 노력을 고스란히 내보임으로써 고객들의 신뢰를 쌓겠다는 정 부회장의 평소 소신과 그대로 일치한다. 그는 다른 회사 제품들과의 비교 시식 등을 통해서도 제품의 최종 방향을 결정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부대찌개, 라지니아, 해물 칼국수 등 70여가지의 간편 가정식이 출시되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반해 신동빈 부회장은 언론 노출을 여전히 극도로 꺼리고 있다. 최근 몇년간 롯데의 대변혁의 과정에 그가 중심에 서 있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M&A 과정이나 성과 등에 대해 직접 언론에 얼굴을 비춘 적은 한 번도 없다. 실질적인 롯데의 경영 주체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1인자 신격호 회장을 배려하기 위해 때문에전면에 등장하지는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그룹의 글로벌 경영에 걸맞게 자신이 직접 나서서 해와 기업설명회를 주재하는 등 그룹 경영의 전면에 나설 때는 주저함이 없다. 지난 6월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롯데그룹 IR행사에서 롯데쇼핑과 호남석유화학 등 주요계열사의 실적을 포함한 롯데그룹 현황을 직접 설명하고 투자유치에 나서는 등 글로벌 롯데의 면모를 과시했다. 자신의 경영스타일이 은둔형이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신부회장은 “은둔의 경영자라면 어떻게 영국까지 와 IR을 하겠나”며 한 언론인터뷰에서 이를 반박했다.

은둔형 경영자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이다. 외부 행사나 언론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언론에서 붙여준 이름이다. 그러나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 회장이 올해 언론에 등장한 건 ‘CJ 도너스 캠프’ 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청바지에 앞치마와 주방장 모자 차람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쿠키를 만들었다는 CJ그룹의 대언론 홍보를 통해서다.

이를 계기로 재계에서는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맏손자인 그가 평소 나서기를 좋아하지 않지만 올해 들어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2008년 이 회장의 개인자금 관리를 둘러싼 살인청부 의혹사건이 지난해 말 항소심에서 무죄로 선고되면서 ‘은둔’을 벗어 던지고 CJ 경영에 더욱 매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평가도 같이 들리고 있다.

최근 CJ그룹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 회장은 “CJ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일 동안 CJ제일제당도 몸집은 커졌지만 온리원(only one) 정신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더이상 CJ제일제당도 예외일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제 2도약은 ‘글로벌’시장에서=오너로서 스타일이 다른 세 사람은 그러나 그룹 발전의 전략과 목표에 있어서는 뚜렷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다. 길이 달라도 결국 바라보는 한 곳이라는 것이다.

신동빈 부회장의 해외 영토확장은 ‘글로벌 롯데’를 향한 그룹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준다. 유럽 증시의 롯데쇼핑 동시상장을 위해 직접 IR을 할 만큼 적극적인 모습에서부터 과감한 국내와 해외를 넘나드는 M&A를 통한 몸집 불리기는 신격호 회장 시절에는 보지 못할 정도의 대담한 행보로 평가받고 있다.

롯데의 신 부회장은 지난해 ‘2018 아시아 TOP 10 글로벌 그룹’이라는 비전을 선언했다.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올려 아시아 10대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최근 롯데가 M&A 시장의 큰손으로 나선 것도 신 부회장의 적극적인 글로벌 야망이 그대로 투영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올해 업의 본질을 강조했다. 이마트는 할인마트 기능을 다하고 백화점은 지역에서 으뜸가는 1번점의 역할을 해 국내 유통업의 저성장 구조 속에서도 지속적인 발전을 이야기했다. 취임 1년을 되돌아봤을 때 실적 면에서나 국내 유통대표기업으로서의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이 갖는 위상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다.

결국 그에게 남은 과제로 세계 유통 10대 기업에 들기 위해 중국 이마트 사업을 제 궤도에 올려놓고 새로운 시장 창출의 몫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내후년을 기점으로 해외 사업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했을 것이라는 기대가 팽배하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철학은 온리원 정신이다. 1993년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경영을 선언하고 1996년 제일제당 그룹이 출번하면서 CJ제일제당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는데 이때 가장 핵심적으로 추구한 가치관이 ‘온리원(Only One)’으로 처음(The First)으로, 세상에 하나뿐인(The Differentiation), 최고(The Best)의 제품을 만들자는 정신인 온리원은 CJ그룹을 설명하는 키워드다. 이 회장은 이러한 가치관을 독립경영 이후 올곧게 추진하면서 올해 글로벌 CJ를 표방하면서 제 2의 도약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2013년 Global CJ의 목표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확보하고 전 세계에 CJ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것”이라며 “2020년에는 그룹 4대 사업군 중 최소 2개 이상 세계 1등을 달성시키겠다”고 말했다. CJ그룹은 중장기적 목표로 2020년 그룹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과 글로벌 매출 비중 70% 이상을 달성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딩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경영자로서의 꿈= 롯데 신동빈 부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사업을 하는 것은 소비자의 생활의 질을 높이고 그런 면에서 여러가지 사회에 공헌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일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경영자고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발전과 사회적 책임에는 관심없는 롯데의 ‘짠돌이’이미지를 다분히 의식한 발언일 수도 있게만 최근 유통업계 최초로 직원 자녀를 위한 어린이집을 오픈하고 출산장려를 위해 150억원을 지원하는 등 사내 복지 부터 이후 사회 공헌까지 한발 한발 내딛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의 직원 챙기기는 국내 모든 기업을 통틀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적극적이다. 본사와 이마트 점포에 피트니스센터와 도서관, 흡연실이 설치되고 구내 식당에 크라제버거 같은 수제버거를 들여놔 직원들의 환영을 받았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정 부회장은 “내부 고객인 임직원들의 사기가 진작되고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이 선행돼야 고객 섬김의 철학을 바탕으로 진정한 고객 제일주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직원과 고객을 모두 아우르는 경영자로서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은 회사 내에서 회장이 아닌 이재현님으로 불린다. 지난 2000년부터 임직원간 직급 호칭을 없애고 회장 스스로 수평적인 기업문화 확산에 앞장섰다. 직원들의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해 복장을 자율화하며 업무의 특성에 따라서 팀별로 출퇴근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가의 맏손자로서 기업하는 목표가 삼성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호암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그룹을 이끌었다면 이 회장은 합리주의로 무장해 CJ를 끌고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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