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유동성이 넘치면서 금값이 사상 최고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유가와 곡물 등 주요 상품 가격 역시 천정이 뚫린지 오래다. 인플레이션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주요 상품의 강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글 싣는 순서]
① 금값 고공행진...1만달러 가나
② 90달러 육박한 유가 어디까지 치솟나
③ 글로벌 식탁물가 비상...애그플레이션 우려 확산
상품 가격은 신흥시장의 강력한 수요와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달러화 약세,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400달러 선을 넘어섰다.
은선물 역시 9일 온스당 29.34달러에 거래되며 30년만의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구리 가격은 파운드당 4.0475달러로 2008년 7월 기록한 사상최고치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의 고공행진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금 가격이 온스당 1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8대 교원연금인 쉐인 맥과이어는 금 값이 1만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 값 전망에 보수적이었던 런던 금시장연합회(LBMA)도 내년에 금값이 1450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품 시장은 미 연준이 지난 8월말 경기 자극을 위해 추가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이래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다 금융 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중국 등 신흥시장이 왕성한 식욕을 과시하면서 상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신흥국 대부분은 급격한 부의 축적을 통해 인프라 정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구매력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주요 상품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구리 등의 원자재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상품가격의 급등 배경에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자리잡고 있다.
11일 발표된 중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4%로 9월의 3.6%에서 한층 거세졌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린 지 불과 한달 만에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유동성 통제에 나섰다.
BNP파리바의 해리 칠링기리언 상품시장 투자전략가는 “대부분의 신흥시장이 금리를 올리는 일부 요인은 연준의 양적완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지난주 발표한 6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로 달러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대안투자를 선호하는 심리가 고조, 자금이 상품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에 따르면 9월 한달 간 상품 시장에는 3200억달러(약 355조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시카고 소재 농산물 시장조사업체인 애그리소스코의 댄 베이스 사장은 “모든 종목에 걸쳐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전반의 수요가 강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큰 금을 포함한 상품 투자에 개인 투자자들까지 열을 올리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하면 과거 은 본위시대를 주창하다 빈털터리가 된 헌트 형제 신세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윌리엄과 넬슨 헌트 형제는 1973년 온스당 2달러 하던 은 350만온스를 매입, 7년간 세계 은의 3분의 1규모인 2억온스어치를 매입하면서 1980년대 은 값을 50달러대까지 끌어올렸다.
이들은 은 가격이 온스당 200~300달러를 호가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유혹했으나 공급 과잉으로 은 가격이 순식간에 급락, 파산과 함께 1000만달러의 벌금까지 물었다.
전문가들은 대체투자처로서 금을 과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안투자 시에는 금융자산의 10% 이내에서 해야 하며 현재 수익성이 높고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도 위험관리 차원에서 일부는 차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