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부부의 중국여행] 비구니의 성지 '야칭스'

입력 2010-10-2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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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과 천상의 경계에 온 듯

“세상에나! 이런 곳이 실제로 존재한단 말이야?” 외딴섬마냥 거대한 마을이 강 한가운데에 둥둥 떠 있다. 그 납작한 땅에 빽빽하게 들어선 가옥에는 저마다 밥 짓는 연기가 새벽 물안개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 속 야칭스는 단 한 장의 사진이 얼마나 강력한 흡인력을 품을 수 있는가를 우리에게 여실히 증명했다. 지상의 풍경이라 묘사하기에는 한없이 고즈넉하고, 천상의 풍경이라 표현하기에는 따스한 인간미와 정감이 넘쳐흘렀다.

‘지상과 천상의 경계가 있다면 바로 이쯤이 아닐까?’ 감탄하며 우리는 호시탐탐 야칭스에 가는 날만을 꿈에도 그렸다.

하지만 그 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쓰촨(四川)성 간쯔장족(甘孜藏族)자치주에 위치한 야칭스는 캄 지역 최대의 불교학원이 자리한 곳으로, 7000여 명의 비구니와 3000여 명의 비구가 집성촌을 이루고 있다.

이들 모두가 티베트 불교를 믿고 전통생활을 고수한 채 살아가기 때문인지, 중국은 이곳의 외국인 출입을 규제한다. 때문에 우리는 먼저 출입허가부터 받아야 했다. 그리고 야칭스는 청두에서 꼬박 이틀을 내달려하는 도착하는 오지였다.

아, 그런데 이게 웬걸? 해발 3900m의 야칭스에서 우리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것은 화려한 대전도 아니오, 눈이 부실만큼 청정한 하늘도 아니었다. ‘중국에서 오지는 청소차가 들어올 수 없어서 오지인가?’ 자문했을 정도로 대전 앞 쓰레기통은 컵라면, 아이스크림, 과자 봉지들로 넘쳐났다. 빈 봉지가 바람을 타고 새가 되어 휘휘 날아다닐 판이었다.

하지만 쓰레기더미에 눈살을 찌푸렸던 것은 잠시. 우리는 이내 야칭스의 매력 속으로 푹 빠져들었다. 나보다 더 좋은 화장품을 쓰는 것처럼, 나보다 몸에 좋은 음식을 더 많이 먹은 것처럼, 이곳 비구니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건강했다. 아주 어리둥절할 정도로. 우리가 ‘타쉬델레’하고 인사를 건네면, 새하얀 박꽃보다 더 환한 함박웃음으로 ‘타쉬델레’하고 화답했다.

이곳에 비구니가 모여든 것은 1985년 라마아츄 린포체(喇?阿秋 仁波切)가 사원을 건립하면서부터다. 야칭스를 비롯한 인근의 바이위(白玉)지역은 티베트 불교에서도 가장 오래된 종파인 ‘닝마파’의 본산지로, 여성의 출가를 허락한다. 장족이라 부르는 티베트인은 여자아이가 출가를 하여 이곳에서 3~4년간 수학하고 돌아오는 것을 큰 영광으로 여긴단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깊은 눈매의 비구니를 따라서 우리는 그녀의 거주지로 향했다. 가까이서 본 비구니의 거처는 얼기설기 엮은 것이 판자촌이 따로 없다. 마을 한가운데 난 가르마길을 따라서, 실핏줄처럼 갈라진 좁은 골목을 따라 한참을 들어갔다.

집에는 거동이 불편한 80의 노부가 갑작스런 이방인의 방문에도 여유롭게 웃으며 어서 안으로 들어오란다. 이곳의 생활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우리 물음에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해도 여한은 없지요”하며, 생을 초탈한 자의 온화한 미소를 건네셨다.

수십 가지의 사연을 담았을 법한 깊은 눈매의 비구니. 18세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그녀가 택한 삶이 우리에게는 한없이 고행의 가시밭길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처럼,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삶을 담담히 살아가리라. 그녀의 생이 눈부신 꽃길은 아닐지라도 신념을 굽히지 않는 신앙 안에서의 삶이되길, 우리는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랐다.

◇뚱딴지부부

Mr.뚱은 여행커뮤니티 레드팡닷컴(www.redpang.com)에 몸담고 있고, 딴지여사는 여행작가의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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