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눈치보다 더 멀어진 '중앙銀 독립'

입력 2010-10-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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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신뢰잃은 통화정책]<하>다시 도마위에 오른 정치적 독립성

“통화정책을 알려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전에 나오는 청와대나 정부 입장에 주목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바라보는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이다. ‘물가인상 우려’라는 뚜렷한 기준금리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세달 연속 ‘억지 동결’했다는 비판인 것이다.

또다시 한은의 정치적 독립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은의 독립성 논란이 어제오늘 만의 문제도 아니고 매년 국감의 단골메뉴로 등장했던 만큼 세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전(前) 정권부터 지속적으로 논의돼 많은 부분 개선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한은의 태도는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한은의 실기(失期)가 주요 이슈가 됨에 따라 한은이 독립성을 잃은 것은 물론 판단력마저 상실한 것 아니냐는 맹비난도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한은의 독립성이 커진 것으로 봤지만 최근 잇따른 한은 통화정책의 실기로 볼 때 (한은 독립성이) 커지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이같은 한은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는 김중수 한은 총재가 내정될 때부터 불거져 나왔다. 지난 4월 취임한 김 총재의 경우 2008년 2월부터 6월가지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으로 재임한 경력이 있어 취임 당시부터 소신껏 통화정책을 추진해 나갈 수 있을지 금융권에선 의구심을 표시했다.

특히 지난 3월 취임 전 가진 기자간담회에선 “정치적으로 독립한다는 표현은 맞지만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한다는 것은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라며 사실상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지난달 금통위에선 기준금리를 시장의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보조를 맞춰 ‘동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라고 하는 것이 과거보다 현재가 훼손됐다고 볼 수 없다”며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가 실제로는 아주 전투적인 동물”이라고 말해 독립성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장기화된 금통위원의 부재도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금통위원 7명 중 의장(한은 총재)과 당연직 위원(한은 부총재)을 제외한 5명은 한은, 기획재정부, 은행연합회 등에서 추천을 받아 청와대가 임명을 한다. 현재 비어 있는 금통위원 자리는 상공회의소(이하 상의) 추천 몫인 것이다.

하지만 상의가 게을러 추천을 제때 안 해 청와대가 아직 임명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반대로 상공회의소가 청와대로부터 아직 ‘신호’를 받지 못해 추천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다수 금융권 사람들의 판단인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통위원 임명이 늦어진 것은 올해 급박하게 돌아간 정치 일정 때문에 청와대에서 교통정리가 안 됐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며 “일각에선 G20정상회의 때까지 비워둔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청와대나 정부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통화정책을 정하는 독립성이 매우 중시되는 금통위원 자리가 공백인 채 운영된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한편 한은의 정치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열석발언권’을 폐지하거나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발표된 IMF의 한국경제에 관한 연례보고서에서 IMF는 “재정부가 금통위 회의에 참석해 공개적으로 적절한 통화 정책에 대해 입장을 말하는 관행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IMF가 연례보고서에 재정부의 금통위 열석발언권 행사를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은 이 문제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IMF는 금통위 열석발언권 행사를 재검토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여타 선진국들에서 볼 수 있는 최선의 통화정책 결정 관행과 부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재정부는 지난 1월부터 금토위에 참여하는 열석발언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 금리정책의 독립성 상실의 상징적 조치로 비판받고 있다. 하지만 재정부는 내정간섭이라며 IMF의 의견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지만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로의 입장차가 있는 만큼 한은의 독립성과 맞물려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제도적으로 정비되기 전까지 ‘열석발언권’을 심각한 위기 상황에 1~2회 정도로 제한해 한은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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