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정치인이 대통령을 꿈꾸듯, 임원들의 공통적 목표는 CEO입니다. 그러다 보니 재취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 현 위치가 마지막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커리어케어 박선규 대표 컨설턴트는 재취업 준비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다. 자리는 한정돼 있고 사람은 매년 늘어난다. 게다가 회사는 나온 지 오래된 사람보다 방금 나온 사람을, 방금 나온 사람보다는 현직에 있는 사람을 원하기 때문에 연말 인사철 전에 움직이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컨설턴트는 현직에 있는 임원들에게 “은밀하게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인사이동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인맥관리다.
직업상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그가 공통적으로 느낀 아쉬움은 바쁘다는 ‘핑계’로 네트워크 관리에 소홀한 임원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영업 등 일부 부서는 그나마 신경을 쓰지만 연구개발분야 같은 경우에는 조금 심하다 싶을 만큼 인맥 관리에 관심을 안 두는 분위기라는 것.
인맥 관리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며 그는 업계 모임에 참여하는 방법을 권했다. 박선규 컨설턴트는 “관리하는 사람이 얻는 결과는 분명 다르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미나ㆍ협회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스스로를 알리고, 트위터나 인터넷 까페 등을 이용하라는 조언이다.
이러한 노력은 평소에는 물론, 실제 재취업 과정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일반적인 임원급 채용 과정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우선 의뢰가 들어온 업종에서 실적을 기준으로 1차 후보군을 모은다. 여기서 실적은 수치화돼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탁월한 리더십으로 기업문화를 변화시켰다거나 하는 등의 보이지 않는 성과도 포함된다.
이렇게 추려진 1차 후보군을 걸러내는 두 번째 과정은 평판 조회다. 같은 부서 상사-동료-후배로 이어지는 직계 라인을 우선으로, 옆 부서나 업계 등을 통한 방계 라인의 평판까지 참고한다. 특히 평판조회는 입사 후까지 인사자료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박 컨설턴트는 “모든 단계가 다 중요하겠지만 굳이 하나의 과정을 꼽자면 평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일을 처음 시작했던 10여년 전에는 평판의 비중이 10% 미만이었다. 그러나 이력과 실적만 보고 채용한 사람들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업마다 다른 문화와 각 개인의 성격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원자의 업무능력, 일하는 스타일, 대인관계, 인간적 장단점 등 서류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평가하는 평판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당장 1년 전과 비교하더라도 평판의 중요성이 20% 이상 높아졌다고 전했다. 이 평판조회 단계까지 업계 인맥은 수치로 나타나는 성과 이상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
이 두 과정을 거치면 ‘과거 잘 했던 사람’들이 남는다. 마지막 단계인 면접은 ‘우리 회사에서도 잘 할 사람’을 고르기 위한 절차다. 보통 3배수에서 많게는 10배수까지의 후보자들 중에 최종 합격자가 면접을 통해 결정된다.
박선규 컨설턴트는 “면접은 혼자 가지 않는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라고 주문했다. 경쟁자의 존재를 의식하라는 것이다. 특히 “전에 이런 직장에서 이런 직책을 맡았으니, 나 정도면 되겠지 하는 식의 안일한 생각으로는 면접을 통과하기 어렵다”며 “자신을 낮추고 지원한 회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