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수뢰..표절..도덕상 상실은 '우리시대 자화상'

입력 2010-10-13 11:31 수정 2010-10-15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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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초일류 국가의 조건] 도덕성의 재발견 下

한국은 짧은 기간에 고도의 경제 성장을 이룬 세계에서 유례없는 모범국으로 꼽힌다. 그러나 고도의 압축성장에도 그늘진 단편은 있었다. 바로‘도덕성 상실’이다.

우선 물질 만능주의를 폐해를 낳았다. 법을 어기더라도 땅이나 아파트를 사고팔면 가만히 앉아서 수배, 수십배의 이익을 챙길 수 있었으니 한탕주의와 탈법이 적지 않았고 투기로 돈을 번 사람들은 “남들도 다 하는데”라고 변명했다.

100억원 이상 고액 추징금 미납자는 오늘을 사는 지도층 인사들의 도덕성 단면을 여실히 드러낸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추징금 미납자 중 100억원 이상 미납자는 24명이며 이들이 내지 않은 추징금 총액은 24조1208억원에 이른다. 이중 1~3위는 옛 대우그룹 임원들이 차지했으나, 5위는 반란수괴죄로 처벌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 1672억원의 추징금을 내지 않았다. 14년째 추징금을 단 1원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고액의 세금 체납자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세청 자료를 보면 5000만원 이상 세금을 체납한 사람이 2007년엔 7668명에 체납액은 1조3311억원이었으나 2009년에는 9792명에 1조6809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최근 3년간 미정리 체납액 11조6486억원 중 5000만원 이상 체납한 사람의 체납액은 4조4225억원으로 전체의 38%에 달한다.

최근 외교통상부 유명환 장관의 딸이 특혜를 받고 5급공무원 사무관에 특별채용된 것은 우리 사회 지도자들의 도덕의식이 얼마나 해이해졌는가를 여실히 반영해준다. 이제 고위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뇌물수수, 대학교수 당시 논문표절 등의 의혹은 예삿일이 됐고 이런 의혹이 실제로 드러나 낙마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병역의무에 대한 모습에서도 도덕성을 상실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 그려진다. TV와 콘서트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여 많은 국민의 사랑을 받아온 한 가수가 군대에 가지 않기 위해 튼튼한 이를 뽑은 사건은 많은 충격을 줬다. 한 사회학자는 “이명박 정부가 지난 8.15경축사를 통해 ‘공정사회’를 국정모토로 내걸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40년간의 압축성장이 낳은 폐해인 물신주의는 인간성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한때 로또광풍이 불어 한탕주의를 낳기도 했고 무리한 주식투자로 인한 잇단 자살 등의 사건이 회자되기도 했다. 선진국의 사례는 도덕성 상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잘 보여준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세계를 주름잡았던 영국이 2류 국가로 전락한 이유가 지도층의 모럴해저드였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도덕성 상실의 시대상은 학문분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인문학의 위기, 순수과학의 위기로 문사철(文史哲)이 냉대받고 있고 중·고생들도 나중에 돈 벌기 힘들다는 이유로 철학이나 수학, 국문학 지원을 꺼린다는 뉴스는 우리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물신주의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려주고 있다.

반면 어려운 인문학 책인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벌써 3달이 넘게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정의, 도덕성 등에 굶주려 있는가를 반증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책이 한번쯤은 고민해봤을 주제를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 읽기는 어렵지 않지만 인문학 책이 이렇게 인기를 끄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 과연 올바른 게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의 결론에서 정의실현의 도구로 사회가 공동체의 미덕을 장려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공동체의 미덕을 장려하고 어떤 사회가 가장 정의로운 사회인지 지속적으로 연구하면서 개인의 인격이 성숙돼 스스로가 올바른 가치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그나마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할 수 있다고 결론짓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민간부문의 실패를 만회하고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설업계는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자 전국을 아파트 공사 현장으로 만들었다. 실수요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아파트가 건설되고 분양가 또한 턱없이 높게 책정되면서 분양되지 못한 채 빈집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들이 곳곳에 쌓였고,상당수 건설회사들이 자금난에 허덕이게 됐다.

미분양 아파트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국민의 세금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건설업계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짓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투자계획으로 인한 건설회사들의 위기를 정부가 세금으로 구제해주면 “일단 지어놓으면 팔릴 테고 안 팔려도 정부가 도와줄 것”이라는 식의 도덕적 해이가 건설업계에 만연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사태와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 경제의 침체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도 그 영향을 미쳐,개인파산을 신청하고 개인회생제도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개인파산은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채무를 정리하기 위해 파산을 신청하는 제도로,법원으로부터 개인파산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면제받게 된다. 또한 개인회생제도는 법원이 강제로 채무를 조정해 개인이 파산에 빠지는 것을 구제해주는 것으로,파산의 위험에 빠진 사람이 일정기간 채무를 변제하면 나머지 채무를 탕감해준다.

문제는 이들 제도가 채무를 변제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채무를 면제해주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어 변제 능력이 있음에도 개인파산이나 개인회생제도를 통해 채무를 면제받는 다시 말해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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