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굴기, 삼성반도체 제동 거나

입력 2010-10-06 21:26 수정 2010-10-0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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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D램 저가전략 점유율 확대경영...원화 급등시 출혈, 성과는 '글쎄'

경제대국 중국이 세계 경제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과의 교역에서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이 위안화를 절상하라는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글로벌 환율대전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환율 절하 압력에 굴하지 않은 채 경제협력 대상국가를 넓히고, 위안화 결제 확대를 통해 미국과 달러화 위주로 짜여진 세계경제질서의 판도 자체를 바꿀 태세다.

격전의 여진은 한국 산업계에도 미친다. 특히 최근 반도체 저가 전략으로 점유율을 확대해 경쟁업체를 구축하겠다는 삼성전자의 공세적 경영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미국발 위안화 절상 압박은 원화 가치 상승(환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의 주력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은 가격 경쟁이 치열한 만큼 환율 변동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지난 1일 시장조사기관인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의 주력 D램인 DDR3 1기가비트(Gb)의 고정거래가격은 1.9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5월(2.7달러)에 비해 27%나 하락했다. 반도체 업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의 D램 가격이 제일 높음에도 브랜드 이미지 등의 영향으로 인기가 가장 좋아 삼성이 가격을 내리면 다른 업체들도 따라 내린다”며 “현재의 가격 하락은 삼성이 공급 물량을 늘린 데 기인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환율이다. 미-중 간 예상치 못한 환율 전쟁은 한국, 브라질 등 신흥국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압박은 아시아통화의 동반 절상을 가져오고 있다. 지난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30.7원에 마감했다. 지난 5월26일(1253.3원)에 비해 무려 9.8%나 가치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100원선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삼성은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의 기준환율로 1100원을 제시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국채매입을 검토하고 있어 이로 인한 달러 약세는 원화 가치 상승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어느 정도의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며 저가 전략을 펼치는 삼성일지라도 원화 가치가 예상보다 빨리 급등할 경우 지금과 같은 가격 정책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경제 규모를 키워가는 중국의 광폭 행보도 삼성에겐 악재다. 지난달 12일 중국과 대만의 포괄적 경제협력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발효됐다. 대만의 주력 수출 상품도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등 IT 제품인 점을 감안하면 대중국 수출에서 대만 업체들이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도체를 소비하는 국가다. 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번 구축 전략이 대만 반도체 업체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협력관계가 돈독하게 현실화할 경우 삼성이 자칫 출혈만 남기고 성과는 얻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ECFA를 통해 중국과 대만 양국은 향후 2년간 800여개 상품의 관세를 철폐한다. 이번 협정에서 반도체, LCD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역시 WTO협정 중 하나인 ITA(IT Agreement)를 통해 이들 제품에 대해 무관세로 중국에 수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후속협정이 진짜”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협정문에는 발효 후 6개월 동안 부속협상을 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번 ECFA는 5개월 만에 비준까지 이른 초고속 협상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속협상이 원안을 뛰어넘을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권혁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대만 정부는 추가협상에서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LCD 등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유리한 조항을 삽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릴 것”이라며 “이미 중국 내 LCD 공장 선정에서 한국 기업은 빠지고 대만 기업이 선정된 것처럼 선전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이번 협정은 중국 정부가 양안 관계 개선의 대가로 마잉주 대만 정권에 안겨준 보상의 성격을 띄고 있다. 정치적 계산이 깔린 양국간 협정이 대만 IT 업체에게 어떤 식으로든 혜택이 갈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이미 협정문에는 ‘대만물품 우선구매’란 내용이 포함돼 있을 정도이며, 부속협상을 통해 보다 구체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008년에도 반도체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대만 업체들의 이익이 크게 감소해 부도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여전히 건재하다”며 “대만 업체가 얼마나 타격을 받을 지는 두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가 대만 업체를 시장에서 몰아내기 위한 가격 전략이 이번에도 주효할 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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