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열린 금호타이어 임시 주주총회를 지켜본 기자로서는 ‘화광동진’이란 말이 절로 떠올랐다. 이날 임시주총에서 금호타이어는 자본 감소와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아쉬운 점은 감자라는 주요 안건이 상정된 이날 임시주총에 의장인 김종호 사장만 참석했을 뿐 주요 사내 이사인 박삼구 명예회장이나 박세창 금호그룹 상무 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통과된 대주주 100:1 소액주주 3:1의 자본 감소로 대주주인 박 명예회장의 지분은 거의 남지 않게 됐다. 이를 두고 금호타이어 측은 박 명예회장이 대주주로서의 책임을 다 이행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박찬법 금호그룹 회장 사임에 따라 박 명예회장의 복귀는 시간문제라는 말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박 명예회장이 직접 주주들에게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의 감자임을 설명하고 조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주주들의 협조를 구하는 모습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박 명예회장은 최근 상하이 출장길에 올라 상하이 엑스포 금호아시아나 주간행사에 참석했다. 회장 직 사임 이후 첫 해외 출장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통운을 중심으로 현지 관람객에게 운송 물류 부문의 첨단 서비스와 친환경 경영 등을 소개하고 있다. 박 명예회장은 행사장을 둘러보고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 환경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산현장에서 땀 흘린 직원들과 국내 투자자들을 먼저 챙기지 못한 것은 아쉽다. 박 명예회장이 이번 감자로 지분이 크게 낮아져 경영에 대한 책임이 줄었다는 점을 십분 이해하더라도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영 석연치 않았다.
금호타이어는 금호그룹의 무리한 확장으로 지난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워크아웃 기간 동안 근로자들은 임금 삭감과 정리해고 등을 감수해야 했다.
경영진의 정상화 노력과 근로자들의 희생으로 지난 상반기에는 75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연간으로도 1500억원의 영업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경영정상화에 대한 전망이 밝은 상황에서 전문 경영인이 물러나고 박 명예회장이 화려하게 복귀하길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을 법하다.
박 명예회장은 사내 메시지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제의 귀환’보다는 ‘勞心을 얻은 박 명예회장’을 기대하는 것은 비단 기자 만의 심정이 아닐 것이다. ‘3대에 걸쳐 이어진 재벌가’라는 후광을 털고 소액 주주나 일반 직원들과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