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의 역습...전세난 수도권 확산

입력 2010-09-16 11:40 수정 2010-09-1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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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사고 전세만 기웃...강남 전세값 1주 새 3000만원 '껑충'

# 직장 때문에 대구에서 서울로 오게 된 송지혜(29ㆍ여)씨는 매달 빠져나가는 월세를 줄여보고자 발품을 팔아 좀 더 싼 전셋집을 구하려 다녔지만,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서울에서 전셋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그녀는 “그동안 모아온 돈하고 부모님이 보태주신 돈 8000만원 만들어서 왔다. 현재 가지고 있는 돈으로 전셋집 구하려면 회사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곳으로 가야할 지경이다”며 “아무리 서울이여도 전세값이 너무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면 대구에서 아파트 한 채 구입할 수 있다”고 하소연했다.

# 안양시 호계동에 살고 있는 김영미(32ㆍ여)씨는 매일 걱정에 눈물을 흘린다. 5살 난 아들이 커가고 있고 3달 후면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면 더 넓은 곳으로 이사겠노라고 마음먹지만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전세 가격을 보면서 오늘도 한숨만 짓는다.

김씨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발품팔면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지만 일주새 1000만원 이상 뛰는 전세값을 보면 속상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너무 좁아 꼭 이사가야하는 상황이지만 전세가격이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말씀드려볼까도 생각했는데...너무 속상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세난'의 기운이 엄습해 오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8.29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 놓았지만 '기다리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기대감과 가을 이사철이 맞물리면서 주택수요자들이 전세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서울(0.06%), 신도시(0.01%), 수도권(0.15%)이 일제히 올랐다.

서울은 용산(0.38%), 종로(0.32%), 성동(0.19%), 성북(0.18%), 동작(0.14%), 동대문(0.09%), 마포(0.08%) 등이 상승했다.

강남 도곡동 1차 아이파크 158㎡가 9월 첫째주에 6억 2000만원에서 6억5000만원 하던 전세금액이 둘째주에는 6억5000만원에서 6억8000만원으로 평균 3000만원 뛰었다.

성북구 돈암동 the# 105㎡는 9월 첫째주 1억8000만~2억1000만원하던 전셋값이 둘째주에는 2억에서 2억3000만원으로 평균 2000만원 올랐다.

용산구 이촌동 이촌코롱 아파트 142㎡의 전세가격 역시 지난주 4억1000만원에서 4억 5000만원이었지만 이번주에는 1000만원 오른 4억2000만원에서 4억6000만원으로 가격이 형성됐다.

서울지역 전세난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경기 0.12%, 신도시 0.03%, 인천 0.08% 등으로 점점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 경기는 남양주시(0.35%), 이천시(0.32%), 광명시(0.27%), 용인시(0.25%), 평택시(0.24%), 군포 수원시(0.20%), 양주시(0.18%) 등에서 상승세를 보였다.

남양주 진접읍 신도브래뉴 127㎡는 1억~1억 2000만원 선으로 1500만원 정도 상승했다. 광명시 역시 물량이 부족해 품귀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광명시 내손동 래미안에버하임 79㎡가 1000만원 오른 2억~2억1000만원 선에 전세값이 형성됐다. 철산동 주공12단지 102㎡가 1000만원 상승해 1억5000~1억7000만원 선이다.

안양 군포 지역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군포시 당동 미도아파트 82㎡는 지난주보다 1500만원 오른 1억2000만원~1억4000만원이었다. 안양시 안양도에 있는 수리산성원상떼빌 105㎡는 1억5000~1억7000만원으로 전주보다 평균 2000만원이 올랐다.

반면 매매시장은 먹구름이 가득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아파트 매매시장은 서울(-0.04%), 신도시(-0.06%), 수도권(-0.04%)이 모두 하락했다.

서울은 송파(-0.11%), 도봉(-0.08%), 구로(-0.07%), 용산(-0.07%), 마포(-0.06%), 영등포(-0.06%), 금천(-0.05%), 서대문(-0.05%) 등의 지역에서 매매가격이 떨어졌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팀장은 "직장인 수요가 많은 지역, 또는 가을 이사철 신혼부부들이 몰리면서 전세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다"며 "서울지역은 강남구, 용산구에 있는 전세값이 많이 올랐고, 수도권 지역은 광명이나 의왕쪽이 상승세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조팀장은 “이렇게 전세값이 치솟고 있는 데는 매매시장이 좋지 않아 전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기존 전세계약자들이 눌러 앉기식의 재계약이 연장되면서 전세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에 위치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 사람들 집 사려고 안한다. 가족구성원 자체가 소규모로 바뀌고 의식도 달라져 소형 전세들을 많이 선호하지 무리하게 빚내서 집 안산다”고 말했다. 특히 “전세 찾는 문의전화만 걸려오는데 전세물건은 인기가 좋아 물건이 없어 소개도 못해준다. 매매 묻는 문의전화도 오면 좋을텐데 매매전화는 거의 없어 걱정이다”고 얘기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 이미윤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가 불황인데다가 사람들역시 부동산을 이제는 투자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 의식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전세값 오르는 현상이 계속될 것 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젊은층 의식이 많이 바뀐 듯 하다. 젊은층은 시프트 같은 저렴한 아파트가 있는데 굳이 비싼 민간 아파트 구매하려하지 않는다”며 “가격 부담이 덜 한 전세를 구하거나 국가에서 분양하는 아파트를 구입해 절약한 비용으로 여가를 즐기는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더 의미를 둔다”고 말했다.

전세난 대책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전세가격 안정을 위한 근본적 방법은 공급밖에 없지만, 당장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형생활주택을 포함한 소형주택을 더 빨리 공급해 수급불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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