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20일부터 2일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재 0.1%인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하고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규모도 20조엔으로 유지, 기존의 금융완화정책을 고수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또 작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 평가를 상향했다.
특별히 이번 회의에서 일본은행은 지난달 말 밝힌 성장기반 강화를 위한 지원책 차원에서 새로운 대출제도의 틀을 발표했다.
새로운 은행대출 지원안은 민간은행에 1년간 0.1%의 금리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희망하는 금융기관 중에서 성장기반 강화를 위한 대출 및 투자 실적에 근거해 해당 금융기관에 저리로 자금을 빌려준다는 방침이다.
금융기관은 일본은행에 대출과 투자 실적을 제시해 신 대출제도의 적용 여부를 판단받는다. 여기서 통과되면 대출 및 투자 전액 또는 일부를 저리로 빌릴 수 있다.
대출 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이지만 일정 회수까지의 차환을 인정하기 때문에 사용처나 금융기관의 실적에 따라서는 사실상 몇 년 동안도 이용할 수 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는 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가 직면해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잠재 성장률 저하”라며 “이번에 발표한 새로운 제도를 성장 기반 강화의 원동력으로 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결정된 새로운 대출제도는 빠르면 6월 중순에 열리는 다음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언론들은 새로운 대출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160곳 이상에 달할 것이며 융자대상인 ‘성장 분야’는 환경과 에너지 등의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은 정부가 6월에 내놓을 신성장 전략을 지원할 목적도 있는 만큼 정부와의 논의를 거쳐 지원분야를 확대해 나아갈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본은행의 새로운 은행대출 지원안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장 분야’에 대한 해석이 애매하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성장 분야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으면 새로운 제도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취지가 바랜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새로운 금융기관 지원책이 실제로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지도 의문이라면서 일본은행이 시장의 메카니즘으로 정해져야 할 융자처를 정책적인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BNP파리바의 고노 료타로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지원안은 일본은행이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중앙은행의 역할에서 일탈한 것”이라며 “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의 선긋기가 필요하다. 자원 배분에 왜곡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즈호증권의 우에노 야스나리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새로운 제도를 내놓은 것은 정부로부터의 국채 매입 등 추가 금융완화 압력을 피하기 위한 ‘시간벌기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일본은행은 현재 경기 판단에 대해 지난달의 “회복되는 중”에서 “해외 경제 개선 덕분에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다”로 소폭 상향했다.
다만 일본은행은 “일부 유럽 국가의 재정 상황을 둘러싼 움직임이 국제 금융과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