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황에도 불구하고 나 홀로 호황을 누리던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에 6년 만에 암운이 드리워졌다.
닌텐도는 지난 3월말 마감한 2009 회계연도에 순이익이 전기 대비 18% 감소한 2286억엔(약 2조7940억원)으로 6년 만에 이익이 감소했다.
닌텐도는 체험형 게임기 ‘위’의 판매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데다 휴대전화를 통해 무료게임이 퍼지면서 실적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업계 환경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닌텐도의 성장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위’ 판매대수는 전년보다 21% 감소한 2053만대,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 DS시리즈’도 13% 감소한 2711만대로 각각 출시 이래 첫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와타 사토시 닌텐도 사장은 “사람들이 게임에 질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게임기 판매가 침체된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9월말부터 ‘위’의 판매가격을 5000엔 가량 낮추고 연말 특수를 겨냥해 인기 게임소프트웨어인 ‘뉴 슈퍼마리오 브러더스 위’를 출시하는 등 특단책을 강구했지만 상반기의 부진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09년도의 매출은 전기 대비 22% 감소한 1조4343억엔이었다. 이 가운데 해외 비중이 84%에 달해 엔화 강세 여파로 1100억엔의 수입이 감소했다.
닌텐도는 2010년도에도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닌텐도는 올해 순이익은 2009년도보다 13% 감소한 200억엔, 매출은 2% 감소한 1조4000억엔으로 2년 연속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위 판매는 작년보다 12% 감소한 1800만대, ‘DS 시리즈’는 11% 증가한 3000만대로 예상했다.
그러나 닌텐도는 올해 안에 3차원 영상을 즐길 수 있는 휴대형 게임기를 출시해 반격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와타 사장은 “반격에 나설 소프트웨어는 내달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게임박람회 ‘E3’에서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닌텐도가 금융 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당분간 정체기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03년과 2004년에 연이어 수익이 감소했을 당시 위협요소라고는 소니의 신형 게임기뿐이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당시와는 크게 달라졌다. 무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멀티미디어 단말기가 급속히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최대 기업인 페이스북용 게임 개발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는 ‘게임은 게임기로’라는 문구로 사업을 키워온 닌텐도의 고정관념을 뒤엎으며 글로벌 게임업계의 고객 쟁탈전을 과열시키고 있다.
출시 이래 여전히 열기가 식지 않고 있는 아이폰의 판매대수는 5000만대를 돌파해 닌텐도의 경쟁사인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 휴대형 게임기의 6000만대에 육박하고 있다.
아이폰 전용 소프트웨어 전송서비스인 ‘앱스토어’에서는 20만여종의 소프트웨어 가운데 지금까지 40억건 이상이 다운로드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운로드 순위 상위권에는 대부분이 무료 소프트웨어가 올랐다.
닌텐도의 라이벌은 아이폰 뿐만이 아니다. SNS 최대기업 페이스북의 4억명이 넘는 이용자를 겨냥한 벤처업체들의 게임 개발이 치열하다.
이와타 사장은 “닌텐도는 아이폰이 보급된 일본과 미국에서 DS 시리즈 판매는 제자리 걸음이거나 증가하고 있어 영향은 적다”며 “앞으로 게임기만의 즐거움을 얼마나 제안할 수 있을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