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최첨단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 출시를 앞두고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꿈틀거리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삼성전자와 일본의 도시바 등 반도체 대기업들이 앞다퉈 설비투자를 재개하면서 대량생산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이는 중국 등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PC용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면서 반도체 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증산 투자 기회를 놓치면 국제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신흥국 수요 동향에 따라서는 다시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3일 전했다.
일본 언론은 도시바가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오는 7월부터 착공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스마트폰용 메모리 수요 증가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시장확대가 예상된다며 작년 1월 보류했던 대형 프로젝트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도시바의 새 공장은 메모리 생산 거점인 미에현 요카이치시에 지어지며 내년 여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도시바는 지난 2008년 2월 요카이치시등 2곳에 1조7000억엔을 투자해 플래시 메모리 공장을 건설키로 한바 있으나 이후 불거진 금융 위기 여파로 작년 1월 이 계획을 전면 보류했지만 최근 신흥국을 중심으로 시장이 회복되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삼성전자 추격에 나선 것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도시바의 낸드형 플래시메모리의 세계 점유율은 31.9%로 2위를 차지했다.
세계시장 점유율 40.6%로 선두를 달리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부터 생산을 시작한 회로선폭 32nm(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낸드형 플래시메모리에다 올봄부터는 회로선폭 27nm를 실현한 최첨단 제품을 출시키로 해 반도체 업계의 나노경쟁에 불을 붙였다.
또 메모리 분야에서는 일본 최대기업인 엘피다메모리가 이달초 미국 플래시메모리 업체인 스팬션에 대한 인수 협상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을 모았다.
반도체시장 침체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엘피다는 주력인 D램 기술과 스팬션의 메모리 기술을 통합한 ‘복합형 메모리’를 개발해 명성 회복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 가전과 자동차 시장의 회복으로 마이크로컴퓨터 수요가 되살아나자 NEC일렉트로닉스도 지난해 가동을 중단한 자회사의 생산 라인을 2009년말부터 올초까지 연일 풀가동하는등 증산에 돌입했다.
반도체업계의 증산투자 소식이 반가운 한편 증산경쟁으로 가격폭락의 쓴맛을 본 반도체 업계의 치킨게임이 재개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세계 각국의 반도체 메이커가 가입해 있는 세계반도체시장통계(WSTS)에 따르면 2010년 세계 반도체 출하 규모는 전년 대비 12.2% 증가한 2469억달러, 2011년은 9.3% 증가한 2698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서플라이는 휴대전화와 PC용 메모리 사업 호조로 글로벌 낸드형 플래시메모리 시장이 2008년 117억달러에서 2011년에는 198억달러까지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판매 대수 4000만대를 돌파한 애플의 아이폰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반도체시장은 리먼 쇼크 이후 바닥수준에서 2배 가까이 회복됐다. 같은 시기에 D램 가격도 5배 가까이 급등했다.
따라서 반도체 가격 하락을 우려하는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 세계 선두그룹들은 신제품 출시에 사활을 걸고 미세 공정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일본 업계는 24일 경영에 복귀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부문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