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지성號, 전 사업부 '세계 1위' 가능할까?

입력 2009-12-22 16:17 수정 2009-12-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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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사장, '전 부문 글로벌 1등 강조'...가능성 여부 주목

삼성전자의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최지성 사장이 전 부문에서 글로벌 1등을 차지하자고 밝히면서 그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지성 사장은 지난 목요일 열린 취임식과 금요일 열린 '2010 글로벌 경영전략회'에서 잇달아 "컴퓨터, 프린터, 시스템 LSI, 생활가전, 네트워크, 디지털이미징 등 6개 육성사업이 조속히 1등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자"라고 강조했다.

특히 완제품 부문을 총괄했던 최지성 사장이 전체 총괄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컴퓨터와 프린터, 생활가전, 디지털이미징 등 완제품 부문 1위 달성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그 만큼 이들 제품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도 바로 최지성 사장이다.

최 사장은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09 에서도“상반기 노트북과 넷북을 중심으로 한 컴퓨터 사업이 DMC부문에서 최대 성장을 기록한 점이 고무적이며, 가전사업도 프렌치도어 냉장고와 드럼세탁기가 미주시장에서 1위를 달성하는 등 전 부문에서 흑자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이 세계 1위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세계 시장에서 생활가전, 컴퓨터, 프린터, 카메라 모두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에 비해 소위 '잘 안 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 프린터, A4 레이저 부문 선전...잉크젯과 A3 부문 약점 한계

IDC가 발표한 지난 3분기 누적 전세계 A4 프린터·복합기 점유율(수량기준)을 보면, 삼성전자는 18.4%를 차지, 38.6%의 HP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3,4위는 각각 10.6%의 브라더와 10.1%의 캐논이 차지했다. 하지만 이 순위는 삼성전자 주력인 A4부문만 산정한 수치이기 때문에 A3를 포함한다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1위 HP와 점유율 격차가 많이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3분기 세계 레이저 복합기 제품군 부문에서 5대륙 1위를 달성하는 등 레이저 복합기 부문의 선전을 발판으로 지난 2008년 15.5%에서 18.4%로 올라섰다. 반면, HP는 44.5%에서 36.6%로 떨어졌다.

지금 추세라면 A4레이저 프린터·복합기 부문 1위는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프린터사업에서 미미한 잉크젯과 A3를 합할 경우 1위는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반쪽짜리 1위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레이저 부문에서도 조속히 1위에 오르기 위해선 기업용 시장이 중요하지만 다소 버거운 느낌이다.

동부증권 이민희 연구원은 "프린터는 불황을 타지 않은 기업용(B2B) 시장이 중요하지만 현재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B2B시장 공략은 생각 만큼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PC, 남성우 부사장 전진배치...큰 점유율 차이 극복 관건

삼성전자는 PC사업부에 대해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는 남성우 컴퓨터시스템사업부장(전무)를 이번 조직개편에서 디지털프린팅사업부와 컴퓨터시스템사업부가 합쳐진 IT솔루션 사업부장(부사장)으로 승진 시킨 데서 알 수 있다.

프린터 부문을 어느 정도 괘도에 올려놓은 최치훈 디지털프린팅 사업부장(사장)을 삼성 SDI 대표이사로 이동시킨 대신 PC부문 성장이란 특명을 남성우 부사장에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남 부사장은 경영혁신 전문가로 전사 물류와 공급망 혁신을 주도했다. 지난 1월엔 컴퓨터사업부장으로 임명돼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연간 2.7조원의 PC사업 매출액을 4.2조원 규모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이다.

삼성전자는 남 부사장을 중심으로 PC가 글로벌 1등에 오르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PC사업은 국내시장을 호령하는 것과 달리 세계시장에서 아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점유율만 봐도 1위는 커녕,일단 5위권 진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가트너와 데이터퀘이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세계 PC시장에서 삼성전자는 2% 점유율에 그치며 8위에 머물렀다. HP가 19.2%로 1위, 에이서와 델은 13.7%, 12.9%로 각각 2,3위에 올라 있다. 5위는 도시바로 4.9%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 상반기 유럽에서 10인치 넷북 1위를 차지하는 등의 인기에 힘입어 미국 PC시장도 두드리며 점유율 상승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부터 미국 이통사업자 AT&T와의 협력으로 데이터통신 약정요금제에 가입한 이들에게 250달러 정도 제품을 싸게 판매하고 있다. 또 뉴욕타임즈의 온라인 신문 '타임즈 리더 2.0'을 정기구독하면 넷북 고(GO)를 100달러 싸게 판매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 생활가전, 원가 경쟁력 강화해야

냉장고 리콜 등 올 한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생활가전부문도 1위에 도전한다.

냉장고, 세탁기 등 생활가전 부문은 월풀, 일레트로룩스 등 업체가 1,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먼저 뛰어 넘어야 할 업체는 3위에 올라 있는 국내 가전 라이벌 LG전자.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이민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생활가전 부문은 잠깐 반짝하다가도 다시 떨어지는 등 매번 적자에 시달려 왔다"며 "반도체와 LCD가 주력인 삼성전자가 생활가전으로 성장해 온 LG전자에게 원가경쟁력에서 뒤떨어지는 게 사실 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올해 냉장고 폭발로 인한 리콜 등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을 입었다는 점도 세계 1위 전략에 큰 짐이다.

◆ 카메라도 1위,‘무모한 도전’

내년 4월 합병되면 제 8개 사업부로 편입될 것으로 보이는 디지털이미징사업부의 카메라 세계 1위 목표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는 부분.

최지성 사장의 취임식 발언에 앞서 박상진 디지털이미징 대표이사(부사장)도 이미 올 초 디지털이미징 출범식에서 “2012년 까지 2012년까지 디지털카메라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 올려 1위 업체인 캐논을 따라 잡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기술력’과 ‘렌즈 수급력’에서 캐논, 니콘 등 세계적 업체에게 크게 밀리는 상황에서 1위로 가는 길은 너무 멀다는 지적이다.

특히 콤팩트 카메라 부분에서는 선전하고 있지만 전세계 1위 달성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카메라 부문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캐논이 50년, 니콘은 70년 동안이나 광학기술을 바탕으로 렌즈를 생산해 온 데 비하면, 이제 처음 스스로 개발한 렌즈로 DSLR 시장에 진입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당장 제품을 팔아야 할 삼성이 갖고 있는 더 큰 문제는 렌즈 수급력이다.

DSLR 카메라의 경쟁력은 렌즈의 다양성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다양한 렌즈가 없다면 DSLR의 장점을 활용할 수도 없을 뿐 더러 일반 콤팩트 디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내년 초 삼성은 하이브리드 디카를 내놓으면서 광각, 표준, 망원렌즈를 1개 정도씩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총 3개에 불과하다.

니콘 DSLR 바디 하나에 표준 줌렌즈가 20여개 이상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또 캐논 니콘 등은 시그마, 탑론 등 서드파티 렌즈회사의 다양한 렌즈도 함께 공급하고 있다. 반면 삼성은 자체 렌즈 개발 능력이 걸음마 단계이고, 서드파티 렌즈사와의 협력도 장담할 수 없다.

서드파티 렌즈사들은 잘 팔리는 회사의 제품에 렌즈를 공급하기 위해 협상을 하고 그에 맞는 렌즈를 개발해서 제공하는 업체이기 때문.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마찬가지로 DSLR 부분에서는 문외한 취급을 받아 온 소니가 미놀타를 인수합병하고 캐논 니콘을 위협하는 강자로 성장한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삼성전자로서는 광학기술력을 갖춘 업체를 인수합병하는 것도 1위에 오르기 위한 대표적인 대안의 하나로 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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