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패키지 위한 예산 확보에 효과”
미 전기차 시장은 물론 韓기업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핵심 정책인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획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 내 에너지정책 전환팀은 IRA에 근거한 최대 7500달러(약 1050만 원)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논의 중이다. 에너지 정책전환팀은 석유·가스회사 ‘콘티넨털 리소스즈’ 창립자 해럴드 햄과 더그 버검 노스다코타 주지사가 주축이다. 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여러 차례 회의를 진행 중이다.
정권인수팀은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성명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을 지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세 기간 IRA를 ‘신종 녹색 사기’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EV mandate)를 끝내겠다는 발언도 나왔었다.
에너지정책 전환팀은 IRA 가운데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가장 실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중이다. 일부 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미 공화당 우세 지역을 포함한 각지에 IRA 자금이 배분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공화당 지역에서도 IRA 프로그램은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보조금 폐지를 세제 개혁 법안 일부로 담아 공화당 의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도모한다는 구상이다.
트럼프 당선인 임기 초반 세금 감면 종료될 예정이다. 인수팀에서는 이를 연장하려면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비용을 절약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된 것으로 관측된다.
인수팀은 세제 법안 처리를 위해 ‘예산조정’ 절차 활용을 검토 중이다. 예산조정 절차가 적용되면 합법적 의사진행방해인 필리버스터 대신, 단순 투표로 법안 통과가 결정된다. 바이든 대통령도 IRA 법안 통과를 위해 예산조정 절차를 활용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게 된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도 “장기적으로 경쟁사에 치명적”이라며 찬성 뜻을 밝혔다.
머스크 CEO는 7월 “보조금을 삭감하게 되면 테슬라 판매에 타격을 줄 순 있지만, 제너럴모터스(GM) 등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를 포함한 미국 전기차 경쟁업체에는 타격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미국의 전기차 전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기차 옹호 단체 ‘전기차 정책 프로젝트’(EV Politics Project) CEO 마이클 머피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에 정말 나쁜 행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의 공격적인 시장 침투로부터 미국 자동차 산업이 살아남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IRA는 배터리와 핵심광물 등에 대한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미국에서 제조한 전기차에 차량당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세액공제 형태로 제공한다. 지급 요건이 까다로워져 현재는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는 차량이 많지 않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도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용 전기차를 제외하면 수혜 모델이 없다.
그러나 IRA를 염두에 두고 사업을 계획해온 한국 완성차, 배터리 업계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보조금 혜택을 누려온 상업용 전기차 판매도 위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