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한파·트럼프 리스크에 韓성장률 하향일로…정부도 긴장

입력 2024-11-13 15:48 수정 2024-11-1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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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韓성장률 0.3%p↓…주요 IB 이어 한은도 하향 유력
내년 성장률 2% 턱걸이 전망…원달러환율 1400원대 돌파
조기 관세전쟁시 1%대 저성장 가능성…리스크 관리 주력

(연합뉴스)
(연합뉴스)

내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국내외 기관의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금리 여파 등에 따른 내수 부진,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무역수지 악화 우려가 커지면서 1%대 '저성장 터널' 진입을 목전에 뒀다는 우려도 나온다. 원·달러 환율도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2년 만에 넘어섰다. 정부는 금융·통상·산업 등 3대 별도 회의체 가동, 미국 신정부 고위급 교류 의제 협의 등 리스크 관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13일 정부와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2024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8월 기준)에서 2.2%로,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2.0%로 각각 0.3%포인트(p), 0.1%p 하향 조정했다. 부진한 건설투자(-1.8%)와 둔화하는 민간소비(1.3%·5월 전망치 1.8%), 금융당국의 기준금리 인하 실기론 등이 주요 내수 하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3.50%→3.25%)는 긴축에 돌입한 지 3년 2개월 만인 지난달 이뤄졌다. KDI는 현재 물가상승률이 정부 목표치인 2%대를 밑도는 1%대로 진입(지난달 1.3%)한 데다 여전히 고금리인 것으로 판단, 내수회복을 위해 연내에도 추가로 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본지에 "기준금리 3.25%도 여전히 긴축적이라 내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0.25%p 정도를 2~3번 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내리면 된다"고 했다.

주요 투자은행(IB)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바클리, 골드만삭스, JP모건 등 주요 IB 8곳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9월 말 2.5%에서 10월 말 2.3%로 떨어졌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2.1%에서 2.0%로 0.1%p 하락했다. 28일 예정된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에서도 종전 전망치(2.4%)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올해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2.6%)를 달성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은 앞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한은 예상(0.5%)보다 크게 낮은 전분기대비 0.1% 증가하면서 예견된 일이다.

문제는 트럼프 신정부가 출범하는 내년부터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보편관세 10~20%, 중국산에 60% 관세 부과를 공약했다. 대미 수출뿐 아니라 미중 무역갈등 심화로 대중 수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셈이다.

KDI는 내년 총수출 증가율이 올해(7.0%)보다 크게 낮은 2.1%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나마 이는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이 적어도 내년에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한 결과다. KDI는 트럼프 관세 정책이 2026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빠른 관세 인상으로 수출에 큰 타격을 입으면 내년부터 1%대 저성장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AP연합뉴스

미 대선을 예의주시하며 관련 국내 영향을 분석해 온 정부도 내년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금융·외환, 통상, 산업 등 외부 영향을 많이 받는 3대 분야는 경제부총리를 컨트롤타워로 한 별로 회의체를 가동하기로 했고, 미 신정부 출범 전까지 매주 관계부처 장관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하는 업계 간담회도 이어질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이날 전기차,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고충을 청취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산업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자주 소통하며 통상, 투자 등 기존에 준비한 안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으로 대비하고 있다"며 "이번주부터 산업부에서 업종별 간담회를 시작했고, 고위급 회의를 통해 관련 현안을 계속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인 측과 물밑 소통을 이어가며 고위급 교류 관련 의제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14일부터 해외순방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은도 외환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레드 웨이브(대통령과 의회 모두 공화당 장악)'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경계감을 갖고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종가 기준으로 3.1원 오른 1406.6원을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2거래일째 1400원대에서 주간 거래를 마쳤다.

한은은 현재까지 환율 흐름이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할 만큼의 변동성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당초 예상했던 '트럼프 트레이드'의 연장선으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 증시가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지만 글로벌 달러 강세란 대외적인 요인으로 상승 압력을 받고 있고, 원화 뿐만 아니라 일본 등 교역 규모가 큰 국가의 통화 역시 약세를 보이는 것이 시장 변동성을 과도하게 해석하지 않은 배경으로 보인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22일 150.745엔으로 150엔을 넘어선 이후 최근에 154엔선까지 상승 폭을 확대했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에 대해 경계감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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