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트럼프 2기 통상정책 대응, 첫 100일이 중요하다

입력 2024-11-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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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출범을 앞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새 통상정책을 생각보다 신속하게 밀어붙일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현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인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11일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이렇게 경고했다. ‘미국에서 바라본 미 대선 이후 한미 관계의 미래’라는 주제로 화상 발표를 한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2기 경제통상 어젠다의 드라이브가 ‘취임 100일 이내’에 걸릴 것으로도 내다봤다. 민관 위기 대응 시스템의 즉각 가동을 촉구한 셈이다.

정부 반응은 한결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같은 날 ‘제7차 대외경제자문회의’에서 “미국 신정부 정책들의 영향을 일률적으로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산업·통상, 외교·안보, 공급망, 금융시장 등 대외경제 여건뿐만 아니라 전 분야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상황별로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미국과는 긴밀히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별도로 열린 ‘제41차 통상추진위원회’에서 “상호 호혜적인 한미 통상 관계가 지속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긴밀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미 협력, 범정부 대처 필요성 등을 강조한 발언들이지만 다소 한가한 감이 없지 않다.

트럼프 2기가 구체적으로 어찌 출범할지는 미지수다. 평화적 정권 이양을 위한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백악관 회동조차 13일(현지시간)로 잡혀 있어 아직은 미래의 일이다. 미국 내부 사정이 이런 만큼 우리 정부가 지나치게 서두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말만 앞세우는 것은 금물이다. 하지만 트럼프 리스크가 워낙 큰 만큼 국가적 대비가 가능한 부분은 가급적 일찍 처리하는 편이 낫다. 말은 아끼더라도 행동은 빨라야 한다. 이견의 여지가 없는 대비 분야도 허다하다. 관세 문제가 대표적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가 관세 무기화를 서두를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 하버드대 로버트 Z 로런스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관세 인상 위협으로 집권 2기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리 눈앞에서 트럼프의 관세 폭탄이 터지면 재앙이 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산에 60%, 기타 교역국에 10% 관세를 매긴다는 공약이 현실화하면 우리 수출은 최대 347억4000만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2년 수출액 6836억 달러의 5.1%에 달하니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예방적 대책 마련이 급선무다.

경제 핫라인 구축도 시급한 과제의 하나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444억 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는 더 늘어날 조짐이다. 트럼프 2기의 1차 표적은 되지 않는다 해도 불안감은 덜 수 없다. 유사시에 대비한 소통 창구가 필요하다. 경제통상 라인 보강도 마다할 일이 아니다.

‘첫 100일 대응’의 중요성도 잊지 말아야 할 시점이다. 트럼프 2기의 교역 청사진이 완성된 뒤에 이를 뒤집으려고 뒤늦게 힘을 써야 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것이다. 기차 떠난 뒤에 손을 흔들면 세상의 비웃음만 사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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