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가 만난 서울의 한 재개발 사업 조합원은 A 대형건설사의 불법적인 홍보 행태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서울 노른자위에 있는 이 사업지의 공사비는 1조5700억 원 규모다. 수주한다면 웬만한 중견 건설사의 한 해 매출액을 곳간에 채울 수 있다. 손익이 빠듯한 건설사로선 충분히 탐나는 먹거리일 테다.
그래서일까. A사의 불법 홍보는 나날이 과감해졌다. 조합원들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고, 집을 찾아가고, 은밀한 장소에서 접선해 사업 조건을 설명하기도 했다. 정비사업지에선 조합원을 개별 접촉하는 어떤 형태의 홍보 활동도 금지된다.
이 무렵 조합원들 사이에선 A건설사가 관할구청에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제보자는 "A사가 구청 관계자들과 유착 관계가 있어 행정 지도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결국 소문이 구청장 귀에 들어가서 관계자들을 불러 호되게 야단쳤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불법 홍보는 다양한 양상으로 주도면밀하게 진행된다. 건설사들이 소위 작업에 들어가는 1번 타자는 공인중개업소다. 동네 사정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공인중개사가 조합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 건설사'를 찍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건설사는 중개사에게 1건당 수십만 원의 보수를 지급한다.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여론몰이가 가능한 방법이다. 이쯤 되면 사실상 적법한 홍보가 진행될 것이란 기대감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서울시도 골치가 아픈 모양새다. 서울시는 1회 이상 불법적인 홍보가 적발되면 즉시 입찰 자격을 박탈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원칙적으로 조합이 대의원회 안건으로 상정해 인정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결국 불법 홍보를 솎아내기 위해선 원칙에 입각한 조합 운영이 전제돼야 한다.
복마전은 마귀가 숨어 있는 전각으로,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악의 근거지를 지칭한다. 불법적인 홍보 활동이 사업 전체를 오염시키지 않도록, 건설사와 조합 모두의 결단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