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MZ 논쟁, 이것도 유행입니까

입력 2024-1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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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4년간 대학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다. 하루는 수업 중 학생들에게 가벼운 농담을 건넸다. “저도 여러분과 같은 MZ라 여러분 마음 알아요.” 분위기가 싸해졌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태어난 밀레니얼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한다. 나이로 치면 20대 초반부터 40대 초반까지다. 애초에 이들을 한 세대로 묶기엔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 거기다 풋풋한 대학생과 사회생활에 찌든 40대를 같은 세대로 퉁 치니 학생들은 불쾌했을 것이다. 그 뒤로 학생들에게 ‘MZ 드립’을 치지 않았다.

MZ세대란 말이 처음 등장했을 때, 개인적으론 ‘MZ 논쟁’이 금방 시들해질 줄 알았다. 그런데 끝이 없다. 아직도 아재 직장인들은 ‘MZ 후배들에게 사랑받는 법’을 배우고, 그보다 젊은 직장인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MZ 신입사원들을 조리돌린다. 정부와 기업들은 젊은 세대의 가치관 변화에 맞춰 근무체계, 포상체계를 손질한다고 한다. MZ세대의 인식과 특성을 주제로 한 논문과 보고서도 나온다. 정작 MZ세대는 가만히 있는데, 사회는 '적당히'를 모른다.

의류, 가전 등 상품시장에서 유행은 순기능이 크다. 유행을 선도하려는 공급자 간 경쟁 과정에서 새로운 산업과 상품이 만들어지고, 품질도 높아진다. 소비자에겐 선택권이 넓어진다. 더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사회현상에 해당하는 인식이나 행태, 가치관, 문화 등 무형의 유행은 역기능이 크다. 유행이란 현상에만 집착하면 유행의 원인인 본질이 잊힌다.

MZ 논쟁은 ‘MZ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르다’는 전제로 출발한다. 다른 것은 과거에 만들어진 질서와 규칙, 문화를 대하는 태도다. 기성세대가 순응했다면, MZ세대는 거부한다. 일부에선 과거 질서·규칙, 문화에 대한 MZ세대의 거부감을 가치관 변화,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여 모든 걸 MZ세대에 맞추려 한다. 이는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MZ세대가 거부하는 질서·규칙, 문화 중에는 없어져야 할 구시대의 유물도 있지만, 공동체나 집단·조직을 유지하려면 꼭 필요한 것도 있다. MZ세대가 거부한다고 모든 게 잘못된 건 아니다. 이를 구분하지 않고 유행처럼 모든 걸 MZ세대에 맞추면 공동체와 집단·조직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다른 분야의 비슷한 예로 행정·정책학계에서 Kingdon(2003)의 다중흐름모형(MSF)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다중흐름모형은 쓰레기통이론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모형으로, 정책결정의 ‘우연성’에 주목한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정책의 본질이나 특성과 무관하게 모든 정책을 다중흐름모형에 끼워 맞췄다. DBpia에 등록된 학술논문 중 다중흐름모형을 키워드로 한 논문만 1013건이다. 다중흐름모형 유행의 긍정적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복잡한 정책결정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새로운 의사결정모형 개발·연구를 가로막는 역효과만 냈다.

이처럼 유행에 휩쓸리면 본질을 놓친다. 무엇보다 ‘MZ 배우기’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꼰대가 되는 건 아니다. 이제는 제발 본질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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