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속도 늦어질 수도
“대통령 통화정책 발언권” 주장도 불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선거 재선 소식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2년 반에 걸쳐 가까스로 낮춰 놓은 인플레이션을 재점화할 가능성이 큰 데다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훼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준은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9월 회의에서는 0.5%포인트(p) 금리 인하인 ‘빅컷’을 단행했다. 연준은 당시 발표한 점도표에서 이달과 내달 금리를 각각 0.25%p 내리고 내년 1%p의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경제 전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느냐다. 경제학자들은 그가 지지하는 정책 아이디어가 인플레이션의 불씨를 지필 위험이 있다고 우려해왔다. 여기에는 수입품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 부과,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이 포함된다.
리서치회사 LH마이어·머니정책분석의 데릭 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향후 트럼프 당선인의 경제 공약이 실제 정책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지켜보면서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해 한층 신중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어 “관세 인상과 이민자 감소로 인해 향후 수년간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좀 더 천천히 금리를 낮추고 인플레이션 기대와 노동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파악할 시간을 좀 더 확보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이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뒤흔들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이 연준의 통화정책 운영에 대해 발언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달에도 “대통령이 정책금리 변경을 강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변경에 대해 중앙은행 수장에게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말했다. 9월에는 “연준이 빅컷을 단행한 것이 정치적 이유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연초 재선에 성공할 경우 2026년 임기 만료를 앞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재임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6월에는 “연준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임기를 제대로 채우게 할 것”이라며 다소 발언을 수정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파월 의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 ‘그림자 의장’을 지명해 사실상 그를 레임덕에 빠트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했다.
새러 바인더 조지워싱턴대 정치학 교수는 “연준의 구조적 독립성은 확실히 존재하지만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목소리 높여 비판하면 의구심이 싹틀 수 있다”며 “사람들이 연준의 말을 의심하기 시작하면 아무리 구조적 독립성이 있다고 해도 보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