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자살 보도' 3.5배↑…"자살 사건 보도 말자"

입력 2024-11-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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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도 권고기준 3.0'→'자살예방 보도준칙 4.0' 개정

(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자살보도 권고기준’이 자살 사건에 관한 보도 자체를 하지 않도록 권고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권고기준의 명칭에도 ‘자살예방’이란 목적이 반영됐다.

보건복지부는 6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기자협회와 이 같은 내용의 ‘자살예방 보도준칙 4.0’을 발표했다. 이번 보도준칙은 기존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개정한 것으로, 권고기준 명칭뿐 아니라 내용도 대폭 수정됐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은 2004년 제정 후 두 차례 개정을 거쳤으나, 자살 사건 보도량은 2018년 1037건에서 지난해 4728건으로 3.5배 늘었다. 기존 권고기준은 원칙보다 구체적인 보도 방식과 내용을 강조해 수용도가 떨어졌다. 이 때문에 보도 제목의 ‘자살’ 표현만 ‘극단 선택’ 등 대체 표현으로 바뀐 보도가 급증했다.

본문의 개정 사항을 살펴보면 대원칙 중 “기사 제목에 ‘자살’이나 자살을 의미하는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의 표현을 사용합니다”는 “자살 사건은 가급적 보도하지 않는다”로 바뀌었다. 구체적으로는 자살 사건에 대한 보도와 자살 사건을 다룬 유튜브 등 1인 미디어 인용 보도, 자살을 합리화하는 보도와 정황으로 사인을 추측하는 보도를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베르테르 효과(모방 자살) 등 자살 보도의 파급효과를 고려해 보도량 자체를 줄이는 게 목적이다. 최근 유명인 자살 사건과 관련해 속보성 보도, 무의미한 후속·추종보도, 반복보도가 이어지는 점도 고려됐다.

아울러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습니다”와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방 자살을 부추길 수 있으므로 유의해서 사용합니다”는 “구체적인 자살 방법, 도구, 장소, 동기 등을 보도하지 않는다”로 통합됐다.

자살 사건 보도를 줄인다는 개정 목적을 고려해 “자살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존중합니다”는 “고인의 인격과 유족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로 바뀌었다. 개정 계기 중 하나는 배우 이선균 사망 사건이다. 당시 이선균의 사망 현장을 직접 보여주는 사진·영상뿐 아니라 이선균의 생전 사생활 및 경제 상황, 배우자와 관계, 추정되는 자살 원인 등이 무차별적으로 보도됐다.

이 밖에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자살로 발생하는 부정적인 결과와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합니다”는 “자살예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로 변경됐다. 자살 미화·합리화 자제가 첫 원칙으로 옮겨지고, 자살예방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 대폭 보강됐다. 이는 ‘사건’으로서 자살 보도는 줄이되, ‘사회문제’로서 자살예방을 목적으로 한 보도는 장려한다는 취지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자살 보도 방식을 바꾸면 소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며 “기자·언론사·언론단체 등 매스미디어뿐 아니라 경찰·소방 등 국가기관, 블로그·사회관계망 서비스 등 1인 미디어에서도 이 준칙을 준수하고 실천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보도준칙 개정에는 유현재 서강대 교수가 연구를 맡았다. 현직 기자와 경찰, 법률·미디어·사회복지 분야 전문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15명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여기에서 마련된 초안은 공청회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됐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또는 자살예방 SNS 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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