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차 1~2%p 안팎 전망
의결권 싸움부터 법적 공방까지 장기전 전망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MBK파트너스·영풍에 맞선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23일 종료됐다. 양측 모두 공개매수에서 확실한 과반을 얻지 못한 만큼 경영권 분쟁은 장내 매수를 통한 잔여 지분 확보, 주주총회 표 대결, 법적 공방 등 장기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이날 정규장 마감인 오후 3시 30분 종료됐다. 공개매수 결과는 늦어도 24일 오전 중에 나올 전망이다. 고려아연 종가(876000원)는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89만 원을 넘지 못해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주들이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개매수에서 고려아연은 최대 17.5%, 베인캐피탈은 2.5%의 지분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고려아연이 매입하는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베인캐피탈의 목표 달성 여부가 관건이다. 만약 베인캐피탈이 2.5% 확보에 성공한다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지분율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6.49%가 된다.
14일 종료된 MBK·영풍의 공개매수에선 5.34%의 물량이 들어와 최종적으로 38.47%의 지분을 확보했다. 최 회장 측의 최대 가능 지분율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지만, 의결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7% 이상' 확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 공개매수도 실패했다.
이로써 약 한 달간 이어진 공개매수 국면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어느 한쪽도 확실한 과반을 얻지 못하면서 경영권 분쟁은 또 다른 국면으로 흘러가게 됐다.
공개매수 이후 시중에 유통 물량이 남았다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진다. 현재 고려아연의 유통 주식 물량은 18% 안팎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에서 이 물량을 모두 가져오지 못한다면 양측은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해 장내 매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이미 양측이 공개매수가 상향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고려아연이 우호 세력을 더 늘릴지도 관심사다. 다음 달 중순 고려아연 지분 1.49%를 보유한 글로벌 원자재 중개기업인 트라피구라 회장이 방한해 최 회장과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고려아연이 5월과 8월 신탁계약으로 매입한 자사주 2.4%는 내년 2월에나 처분할 수 있어 의결권으로 활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끝난 뒤 가능한 빨리 임시 주총을 소집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 이사진은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해 13명인데, 영풍·MBK 측 인사 12명을 추가 선임하는 안이 유력하다. 다만 고려아연 이사회가 주총 소집을 거부할 가능성이 커 법원의 소집 허가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고려아연 지분 7.83%를 들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도 변수다. 고려아연 자사주 소각을 마치면 국민연금의 지분은 8%대까지 높아진다. 국민연금은 최근 5년간 고려아연 주총에서 대부분 현 경영진에 힘을 실어줬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 중에는 2022년 장 고문의 이사 선임 안이 포함됐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18일 국정감사에 참석해 "장기적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공개매수 결과와 별개로 법적 공방도 치열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전날 금융감독원에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 부회장 등을 조사해 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MBK·영풍이 법원에 자사주 취득 금지와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을 연달아 신청하고 여론전을 펼친 것이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수사와 조사를 통해 주가 조작과 사기적 부정 거래 등 시장질서교란이 규명되면 MBK·영풍의 공개매수는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