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이재명”vs “영광은 조국”…달아오른 재보선 [르포]

입력 2024-10-03 16:24 수정 2024-10-0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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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전남 영광 군수 재보선 르포

▲김은재 기자. silverash@
▲김은재 기자. silverash@

“이재명을 대통령으로!”

“조국! 혁신당!”

인구 5만 명의 작은 도시 전남 영광에 야권 수장들의 이름이 요란스럽게 울려 퍼졌다. 군수를 뽑는 선거지만 군민들의 눈과 귀는 후보자가 아닌 이재명·조국 대표를 향해 있었다.

10·16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첫 유세 일정으로 전남 영광을 택했다. 이들은 불과 300m 떨어진 곳에서 각자 유세차량에 올라 치열한 유세전을 펼쳤다.

이 대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조 대표는 ‘대한민국과 군정의 변화’를 위해 자당 후보를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총선 직후 전략적 동맹 관계를 이어오던 두 야권 잠룡이 이번 군수 선거에서 ‘대선 전초전’을 벌이고 있단 평가도 나온다.

영광군은 대표적인 민주당 텃밭이지만, 최근 판세가 안갯속으로 들어갔단 평가가 나오는 곳이다. 군수 후보로는 민주당 장세일 전 전남도의원과 조국혁신당 장현 전 호남대 교수, 진보당 이석하 영광군지역위원장, 무소속 오기원 난연합회 회장 등이 등록했다.

영광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영광읍 남천사거리에는 ‘민생회복지원금 100만원 지급’(장세일·민주당), ‘영광행복지원금 120만원 일괄지급’(장현·조국혁신당) 등 각 당 후보의 공약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오전 9시 45분쯤, 조국 대표가 장현 후보 유세차량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지만 150명 안팎의 인파가 조 대표 주위로 빠르게 몰려들었다. 그는 “이번 선거에 조국혁신당이 뛰어든 이유는 중앙정치를 바꾸는 동시에 호남 지역에도 새로운 정치가 도입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속 의원 전원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조국혁신당은 사실상 지역 기반이 없다. 그런 만큼 조 대표에겐 이번 재보선을 계기로 지역 세력을 확장해나가야 한단 과제가 주어진 상태다. 메시지와 성과 창출에 있어 민주당에 가려진 혁신당이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기회로도 여겨진다.

잠시 뒤 인근에서 유세를 시작한 이재명 대표는 “이번 선거가 영광군민, 그리고 이 동네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라며 “더 크게 보고, 더 길게 생각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가 ‘정권 심판의 연장선’임을 거듭 강조하며 민주당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 야권 개혁 진영이 대진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저놈, 마음에 안 들어잉’ 하면서 앞을 향해야 할 창을 옆으로 찌르면 전쟁이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구도가 ‘민주당 대 조국혁신당’이 아닌 ‘민주당 대 정부·여당’임을 강조하며 표심에 호소한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입장에선 ‘민주당 말고 딴 정당이 되는 게 좋다’고 한다”라며 “소탐대실하지 않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공약인 ‘기본소득’을 언급하며 “이 지역에서 확실히 시행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영광 민심의 밑바닥에는 ‘그래도 민주당’이란 정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영광읍에서 한평생 옷가게를 해왔다는 조 모 씨(여·70대)는 “나는 무조건 1번”이라며 “이 대표를 대통령 만들려면 무조건 장세일 후보를 찍어야 한다”고 반응했다. 다만 한쪽에선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반응도 적지 않게 나왔다. “장현 후보가 안 된다는 보장은 없다”, “결과는 끝나봐야 아는 것”, “반반이다”란 의견도 곳곳에서 나왔다.

영광읍에서 건설업에 종사해왔다는 박승준 씨(남·50대)는 “조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당시 민정수석을 했지 않나”라며 “(진보의 정통성 등을 따지면) 여기(영광)는 조국이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또 “처음에는 존재감이 별로 없다가 12석을 가져가면서 (부상했다)”며 한 손을 올려 엄지를 들어보였다.

박 씨는 이 대표에 대해선 “그 양반은 원래 전라도 사람이 아니다. 대선 후보로 오르고 난 뒤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세일·장현·이석하 후보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말을 줄였다.

30년 전 영광읍으로 이사를 왔다는 류 모 씨(여·70대)도 “‘영광이 변화해야 한다’는 조 대표의 말씀에도 일리가 있다”고 반응했다. 그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거의 같이 올라가고 있어서 (판세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것”이라면서도 “이번엔 민주당이 되고 그 다음 선거에선 혁신당이 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장현 후보가 민주당을 탈당하고 혁신당 후보로 나온 것을 언급하며 “조국 대표님을 좋아하지만 장현 후보가 별로 민심을 못 얻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장현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ᄄᅠᆯ어지면 영광을 떠날 것 같다. 그런 철새를 누가 찍어주겠냐”고 말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1일 발표한 영광 재보선 여론조사 결과(9월 29~30일, 무선 자동응답시스템 방식으로 영광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 대상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포인트, 응답률은 19.4%)에 따르면 민주당 장세일 후보 32.5%, 조국혁신당 장현 후보(30.9%), 진보당 이석하 후보(30.1%)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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